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문제를 둘러 싼 집단간의 갈등은 NEIS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는 무시한 채 정치적인 힘겨루기로 변질되고 있다. NEIS의 시행여부를 일선 학교당국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결정하게 한 교육부장관의 지난 1일 발표는 사실상으로는 NEIS의 전면적 시행을 천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NEIS 시행에 대한 책임은 일선학교로 전가함으로써 일선의 교육현장을 또 다시 대혼란, 교육대란의 소용돌이로 몰고갈 가능성이 커졌다.
수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번복과 합의파기로 말미암아 교육부가 NEIS를 둘러싼 집단간의 갈등을 조정할 능력을 더 이상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NEIS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정치적인 타협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교육적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며, 또 현실적으로도 그동안의 전개과정으로 보아 쉽게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초순만 하더라도 NEIS 문제는 이상할 정도로 언론과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은 물론, 교총과 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민감한 신상정보가 공권력에 의해 중앙집중되는 NEIS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4월4일 보성초교 교장의 자살 사건이 터지고, 이 사건이 보수와 개혁간의 갈등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교조에 반대하는 교총과 보수진영들은 NEIS 강행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극단으로 향해 치닫고 있는 양 진영의 갈등은 NEIS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방 세력을 억압하고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NEIS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NEIS 문제는 교육적, 인권적 차원에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검증과 해법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다. NEIS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 중의 하나는 NEIS가 교육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생은 관리의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인격체로 취급되고 있지 않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의 개인에 대한 민감하고 조심스럽고 내밀한 정보가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정보를 기술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무신경과 무지로 말미암아 시스템 구축 때, 요구분석 단계에서 모든 항목을 무차별적으로 망라함으로써 각 항목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이드라인이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위배되는지를 간과하였다.
교육부에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3개 영역 항목에서 무려 66%를 삭제하여 시스템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을 없앴다지만 아직도 NEIS는 인권침해의 소지를 여전히 안고 있다. 남아있는 항목 중에는, 개인정보의 수집은 수요의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또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필요로 하며, 수집할 때에는 목적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원칙에 위배되는 항목이 상당수 남아 있다. 또한 교사의 주관적인 견해를 기록하게 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란 항목에 대하여 학생들이 자기정보 열람을 요청하고 불리한 내용에 대하여는 정정이나 삭제를 요청한다면 (OECD 가이드라인 중 개인참가의 원칙) 해당교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교사가 솔직한 평가의견을 기술할 수 있을까. 교사, 학생, 학부모간의 갈등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과연 이런 항목이 교육적 효과를 높여주는데 기여할까. 3개 영역 이외에도 이와 같은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교원영역에서 교사의 혈액형, 건강상태, 종교, 취미, 특기, 재산, 동산, 부동산, 가옥구분, 부업명, 부업일수, 정당사회단체, 단체성격, 가입일자, 직책 등은 불필요하거나 혹은 교원통제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다.
NEIS는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재검토하고 충분한 보완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에 또 다시 사회문제로 불거질 것이다. 과거 80년대 행정전산망을 구축할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우려와 논의가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고 최근의 전자주민카드 실패의 교훈을 다시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김갑중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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