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해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계획을 본격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규모도 늘리는 등 불황탈출의 선봉에 나섰다.
재계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각종 악재들이 해소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더디고, 북핵 등 위험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같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더라도 공경적인 경영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계 잇따른 투자계획 발표=삼성은 당초 8조8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약 10% 정도 늘려서 9조5000억원을 올해 투자키로 했다. 삼성은 전자계열사들의 올 투자계획액이 8조원대로 잡혔으나 반도체 등 핵심분야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에 따라 투자계획이 7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LG도 올해 투자키로 한 7조4000억원을 계획 수정없이 그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특히 LG는 올해 연구개발(R&D)투자비 가운데 80%에 달하는 2조1000억원을 ‘디지털 디스플레이’,‘차세대 이동통신’,‘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 등 미래 승부사업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환경경영’을 선언하고 오는 2010년까지 1조3000억원을 환경분야에 투자, 자동차 생산 뿐만 아니라 환경 부문에서도 글로벌 ‘톱 5’에 진입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내수침체에 빠진 자동차 시장을 수출확대를 통해 만회하기 위해 수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재계 총수들 위기관리 진두지휘=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5일 신경영 10주년 기념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 제시한 그룹 장기비전과 핵심인재 확보 방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회장은 ‘(사과)파이 보다는 사과나무를 먼저 키워야 한다’며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글로벌 인재발굴과 육성을 계열사 사장들에게 독려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는 연구개발(R&D)이 차별화된 무기이자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가능한 범위에서 R&D에 최대한 투자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구회장은 ‘LG스킬올림픽’· 팩티브 신약 탄생 기념식 등 미래 전략에 주요 역할을 할 핵심 경영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지난 2일 ‘글로벌 환경경영’ 선포식을 직접 주재하는 등 비상경영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손길승 SK회장은 지난달 SK글로벌 채권단 대표인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위기에 빠진 SK그룹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대한생명의 영업력 강화를 위한 경영전반을 직접 챙기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직접 지휘중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 일본 기업인들과 만나 일본 수출 확대방안 등을 모색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도 노대통령의 방미·방일에 잇따라 동행하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발목잡아온 악재 해결 기미=우리 경제에 또 다시 위기를 불러올 뇌관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SK글로벌 사태가 그룹의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대화로 해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카드사들의 경영난 등으로 지난 3월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카드채 시장도 대기업들의 유상증자 참여와 자구노력으로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악재가 해소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 효과가 가시화하고 미국 등 세계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가 증가해 4% 성장도 가능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 일각에서는 “사스가 진정됐으나 대 중국 수출 둔화로 수출 증가율이 5월 이후 한자릿수로 꺾인 데다 달러화 약세로 환율까지 절상되는 등 대외 여건이 밝지 않다”며 “가시적인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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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