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만연한 타사의 유명제품 베끼기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영세 하위제약사는 물론 국내에서 기업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는 동화약품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걸쳐 만연하면서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보다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가 모방의 기준으로 삼는 품목은 주로 연간 수백·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상품이 그 대상이다.
자양강장제의 대명사격인 동아제약의 ‘박카스’, 마시는 비타민제제의 선발품목인 광동제약의 ‘비타500’, 활성비타민제의 대표격인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골드’가 단적인 예다.
박카스는 지금까지 팔린 병의 길이를 연결할 경우 지구를 42바퀴나 돌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다. 매년 매출액도 2000억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명성을 등에 업고 현재 국내 업계가 박카스를 본떠 만든 유사제품은 최소 20여종.
일양약품이 만든 자양강장제 타우스의 경우 효능·효과는 물론, 성분과 함량, 심지어 액제의 색깔과 맛, 병의 포장방식까지 박카스와 비슷해 얼핏 구별이 쉽지 않다.
동화약품이 시판하는 자양강장제 알프스디도 포장과 맛, 액제 색상, 성분·함량 등이 박카스와 흡사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박카스로 혼동하기 십상이다.
동화약품은 이와함께 기존제품보다 부드럽다는 음료제품 ‘생생톤’을 발매했지만 성분과 액제색상 및 포장, 맛 등은 박카스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영진약품의 구론산바몬드, 삼성제약의 삼성구론산-디 등 박카스를 흉내낸 제품은 셀 수 없이 많아 약사들도 혼란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광동제약이 지난 2001년초 선보인 마시는 비타민제제 ‘비타50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맛과 향이 독특해 짧은 시간에 폭넓은 수요층을 형성한 이 제품은 최근 2년새 발매된 유사제품만 20여종에 이른다.
동화약품이 최근 출시한 ‘비타1000’를 비롯, 일화의 ‘비타2000’, 조선무약의 ‘비타800’, 삼진건강의 ‘비타900’, CJ의 ‘제노비타’, 영진약품의 ‘비타짱’, 일양약품의 ‘비타헬씨’, 동성제약의 ‘비타골드500’ 등 이름만 바꾼 유사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제품은 성분·함량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병의 포장과 맛, 색상과 주성분 등은 대부분 대동소이해 ‘비타500’의 복제품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연평균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동제약의 활성형비타민제제 ‘아로나민골드’ 유사품도 10여종에 이른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유사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사제품을 만들어 시판할 경우 마케팅에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유사제품 베끼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박카스에서 보듯 정작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은 선발품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타사 제품 모방은 업계내 과잉경쟁만 유발할 뿐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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