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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식시장에 코드를 맞춰라


돈의 생리는 누가 가란다고 해서 가고 오란다고 해서 오는 것은 아니다. 돈은 이익을 좇아 알아서 움직일 뿐이다. 이렇게 움직이는 돈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난리다. 부동산시장이 이익을 더 내줄 것 같으니 돈이 몰리는 거다. 그렇지만 한꺼번에 몰려서 문제다. 400조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이 몰려다니니 어떤 곳으로 가든 문제가 될 것은 뻔하다. 이런 돈의 힘이 혹여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그래서 정부의 ‘돈몰이’가 한창이다.

자금의 선순환은 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되지만 자금의 악순환은 지하경제와 경제거품을 키우고 균형성장을 저해한다. 근로자들의 근로의욕도 꺾는다. 돈이 만든 이익은 땀으로 만든 이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으로 가겠다는 돈을 몰기 위해 참여정부는 출범한지 100일 동안 8번의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발표의 횟수가 보여주듯 그 대책의 약발이 썩 잘 먹혀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공급위주의 정책이 뒷받침이 안되는, 세금을 중심으로 한 억제정책이기 때문에 올린 세금만큼 집값만 올려 놓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제일 큰 문제인 공급정책이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현재의 규제식 정책은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지만 요즈음 실수요자들의 가슴은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답답하다.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가 당첨됐지만 계약을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까 불안하고 자금마련도 걱정이다. 은행대출을 받는 것도 바닥을 치는 금리를 보면 역시 불안하다. 분양권전매 제한으로 돈을 다 못마련할 사정이 돼도 파는 것도 만만찮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실수요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더 큰 걱정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잡지 못할 경우 뒤따를 부작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볼륨효과)를 얘기한다. 풍선을 손으로 쥐어보면 쥔 쪽은 들어가지만 다른 쪽은 볼록 튀어나온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뛰는 것도, 주상복합이 과열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땅값이 들먹이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근본적인 공급부족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동산시장의 향방은 올 여름이 중대한 기로가 될 듯하다. 정부의 대책이 약발이 먹힐지 아니면 내성을 갖고 더 크게 부풀어 오를지 두고 볼 일이다.

100일간의 부동산대책 8회, 이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대책이 더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동자금은 갈 곳을 모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부동산시장에서의 자금몰이와 함께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인 정책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부동자금을 흡수할만한 대체재가 없고 이라크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북한핵 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진행형인 상태다. 여전히 컨트리리스크가 높다.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 속에 침체국면을 탈피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SK글로벌사태와 카드채 문제가 해결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식시장 자금유입 활성화대책도 뾰족한 것은 없다. 기껏 들고 나온 것이 예전에 거론됐던 대책들이다. 단골 메뉴들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100일 동안 8번의 대책을 들고 나오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증시대책은 뻔한 대책을 나열하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업연금 도입, 국회의 회기를 거듭하며 상정되고 있는 자산운용업법 통합, 기껏해야 2년짜리인 한시적 장기주식저축 등등 구태의연한 증시대책 뿐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수요를 확충할 대책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고 업계도 변신을 하려고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여전하다. 그래서 실효를 거둘지가 의문이다. 부동산시장에 기울이는 노력의 절반만 주식시장에 기울인다면 자금시장의 선순환은 요원한 일이 아니다.

멈춰 서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 침체기미의 건설경기, 움츠리는 소비심리 등 내수경기를 움직일 대안들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 점이 부동산시장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정부가 느끼는 딜레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경기촉진책들이 모두 묶여 있으니 이제는 무엇으로 경기를 촉진시킬지가 문제다.

자,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경기촉진과 기업자금의 선순환, 엄청난 부동자금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증시를 활성화하자. 그렇다고 일시적 부양책으로는 안된다. 장기적인 증시 수요대책이 펼쳐져야 한다. 주식상품의 장기저축화를 위한 가시적 대책이 필요하다. 상품의 문호도 대폭 개방해야 한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부동산 자금을 몰기 위한 연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주식시장으로 돈이 찾아들어 오게 하는 꿀이 필요한 때다. 그것만이 자금시장을 선순환으로 이끄는 최상의 방책이다.

/임관호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