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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스 고비 넘긴 아시아경제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0 09:38

수정 2014.11.07 17:03


아시아경제가 중국의 사스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스는 중국경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아시아 국가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위생부는 지난 4일 최근 24시간 동안 신규환자 및 사망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사스가 진정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부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 위생부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11월 중순 중국 광둥성에서 최초의 사스로 보이는 환자가 발생한지 약 6개월만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2월초 광둥성 보건위생 관계자가 ‘심상치 않은 폐렴’이라고 확인한 이후에도 정보공개를 꺼렸으며 이후 베이징에서의 감염실태에 대해서도 끝까지 감추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불신감을 샀다.


사스 발생 초기 중국정부가 보여주었던 미온적인 대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경제 전체를 사스 감염권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급속히 전염되는 만큼 사람과의 접촉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관광, 음식, 오락, 소매업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사스가 소비수요위축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추산했다. 사스가 6월중 수습될 경우 동아시아국가들의 올 GDP 성장률이 0.2∼1.8%포인트 감소될 것이며, 9월까지 지속될 경우 0.5∼4.0%포인트 줄어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중국의 경우 사스가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상품전시회 중지에 따른 수출저하나 해외 기술자파견 중지에 따른 신상품 생산지연 등 제품의 생산이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돼 있지 않다.

또 사스 문제로 표면화된 중국정부의 통치능력 저하에 따른 외국투자의 감소 및 해외이전 등의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스 문제를 계기로 외국기업들 가운데는 중국에서의 투자를 유보하거나 투자대상을 중국에서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외국기업에 의한 투자가 줄어들 경우 중국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호미 카라스는 사스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다 고용정세, 소비자심리, 투자가심리 등 상승효과를 감안할 경우, 사스로 동아시아경제가 부담하는 비용은 지난 4월말 현재 약 150억달러에 이르며, 중국 각지에 사스의 영향이 확산된 점을 감안하면 이 비용이 현재 약 23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산한다.

또 사스 문제를 신속히 수습하지 못할 경우, 지난 3월에 출범한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된다. 중국 안에서는 벌써부터 사스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처방식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실업률 증가는 중국사회 및 정치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경제가 둔화될 경우, 중국에 기계 등 자본재나 부품 등의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도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아세안국가들도 중국으로의 수출 및 중국관광객 감소 등으로 피해를 받게 마련이다.

물론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이나 싱가포르경제가 사스 감염권에서 신속히 벗어났으며, 올 하반기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아시아국가들의 수출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미 카리스는 “홍콩은 사스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나 떨어질 전망이지만, 중국의 경우 여름까지 감염을 억제할 수 있으면 성장률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가 0.5∼1% 정도로 막을 수 있다”며 이번 사스 영향을 일과성으로 수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정부가 솔직한 정보공개 등 적절한 대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사스 진정화 발표에 맞춰, 이날 국무원 회의에서 사스 예방을 위한 경계를 늦추지 말면서 전략상품 수출지원, 소기업 세제지원, 소비진작 등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라고 촉구했다. 사스 영향으로 올해 7% 수준의 성장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번 사스 파문을 계기로 경제성장 뿐 아니라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고양,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위생체제 정비, 동아시아 각국과의 정보 공유체제 구축 등 새로운 과제도 떠안게 됐다.

/장인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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