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돈의 흐름을 바로잡자 / 박내순 조흥은행 부행장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0 09:38

수정 2014.11.07 17:02


모든 경제정책의 초점을 대다수 국민의 지속적인 복지향상에 두어야 함은 자명하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급여를 줄 수 있는 기업들이 성장하고 많아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돈의 흐름을 조절하며 반대로 저해가 되는 요소는 과감히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성장의 기초가 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비생산적이지만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되는 부동산이나 국공채 투자로 몰리고 은행권은 한때 부동산담보 가계대출 증대에 주력하는 등 돈의 흐름이 극히 잘못되었다.

이제라도 돈의 물꼬를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기업금융쪽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회사채·기업어음(CP)시장 활성화 조치를 좀더 과감히 해야겠다.


외환위기, 대우·현대 사태로 불신을 받아온 투신·은행신탁 등 간접투자상품들이 최근의 SK글로벌과 카드채 문제로 다시한번 자금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함으로써 기업자금의 직접조달창구의 하나인 회사채, CP 발행시장이 마비되고 기업에 별도움이 안되는 국공채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

개인과 일반법인은 물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심지어 기업자금 지원을 존재의 최우선 목적으로 해야 하는 은행권까지도 리크스회피라는 미명으로 투신권으로부터 몰려오는 돈으로 회사채나 CP는 외면한채 국공채 투자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가경제면에서 볼 때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CP와 회사채가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SK글로벌과 카드채 문제해결을 위해 좀더 적극적이고 치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둘째, 주식시장이 안정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경제주체들이 돈을 투자할 때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비교하면서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배분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에 돈이 많이 몰린 것은 은행에 예금하는것보다는 수익성이 월등히 높으면서 아무리 잘못돼도 부동산 실물자체는 남는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은 은행예금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는 있으나 잘못될 경우 실물자체가 없어져 버린다는 단점 때문에 많은 부동자금들이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발표 후 그야말로 부동으로 떠돌면서 단기자금으로 금융권에 머물거나 국공채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투기는 불로소득과 빈부격차라는 엄청난 사회적 위화감을 주는 최악의 투자행태다. 반면, 주식투자는 근로자 주식저축제도나 종업원지주제 등으로 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가장 안정된 장기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업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연기금, 금융권 등 기관들의 주식시장 투자비중을 선진국수준으로 높여 증시의 안정화를 기하고 장기투자가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증시정책이 시급하다.

셋째,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은행은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창구다.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회피하고 리크스가 적은 부동산을 담보로 가계대출과 국공채매입에 주력할 때 기업은 국제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많이 생기고 투자를 활성화하여 성장하는 것이 곧, 그 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이를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 자금을 지원해주는 은행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 은행들은 안전자산위주로만 자금을 운용하면서 신용분석과 심사기능발전을 통한 기업여신증대에 소홀히해 결국 잘못된 자금흐름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잘못된 돈의 흐름은 엄밀히 말하면 기업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장사의 기본인 신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용을 잃은 가장 큰 요인이 회계의 불투명성이라 생각되며 이는 경제주체들을 속이는 아주 부도덕한 행위인 것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속이는 것은 곧 범죄행위와도 같다. 그러므로 회계의 투명성을 고의로 해치는 기업은 물론, 전문가로서 회계감사를 독점적으로 하는 회계법인들에 좀더 엄한 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공인회계사들이야말로 기업회계 투명화를 가져오는데 가장 책임이 있고 능력을 가진 우수집단이므로 정부로서는 회계법인에 대한 철저한 감리를 통해 기업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야말로 돈이 기업의 투자자금으로 가도록 하는 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성장이 제반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하며 금융당국자는 기업이 성장하는 기초가 되는 자금조달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돈의 흐름이 산업자금화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박내순 조흥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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