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외환위기이후 최대고비를 맞고 있다. 특별소비세 한시인하조치에 힘입어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내수는 소비심리 위축과 개인 신용불량사태 등에따라 급속히 얼어 붙고 있다.
이에따라 자동차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위기감 속에서 불황극복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는 내수불황 돌파전략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신수요 창출은 무이자 할부판매와 다양한 경품제공 등으로 ‘잠재 고객’을 유인하기위한 전략이다. 또 자동차업체들은 내수 부진을 해외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수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내수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불황으로 ‘장기 출고대기는 옛말’=현대·기아차, GM대우,르노삼성 차 등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은 주문 적체량이 대부분 소진됐다. 일부 인기 차종의 주문적체량도 크게 줄어 출고대기일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다. 그만큼 내수불황으로 인한 수요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EF쏘나타와 아반떼XD의 경우 주문 후 10∼15일 정도면 출고가 가능해졌다. 기아차의 경우 대기일이 오피러스와 쏘렌토를 제외하면 대부분 차종의 주문적체가 없어 7∼10일 정도면 새차의 주인이 될 수 있다. GM대우차도 마티즈와 라세티의 출고가 2주 정도 걸릴 뿐 사실상 전 차종에 걸쳐 주문적체 가 없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차도 연초에 출고대기일이 1개월 이상이었던 SM5와 SM3의 주문적체가 하루 생산분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문적체량이 소진되면서 대부분 업체의 재고는 비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말 까지 자동차 생산은 82만7794대였다. 이에비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판매는 76만1828대에 그쳐 1·4분기에 생산되고도 판매되지 않은 차는 무려 6만5966대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1·4분기동안 자동차업체의 한달 평균 미판매대수가 3만4019대나 되고 있다”며 “이처럼 내수불황이 계속되면서 업체들은 수출확대 등에 주력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마케팅 강화로 ‘돌파구’마련=현대차는 최근 북미와 중남미 아시아·태평 양 유럽 아·중동 지역 등에 김동진 사장과 해외 마케팅 임원들을 총출동시켜 현지시장을 점검했다. 김 사장을 비롯한 마케팅 담당임원들은 해외 현지시장 실태를 파악한 뒤 대대적인 수출확대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뉴EF쏘나타 싼타페 그랜저XG 등을 주력 차종으로 지난 해보다 12% 늘어난 42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케팅망 강화에 나섰다 .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특별소비세 한시 인하 조치로 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출물량을 줄이고 내수물량 대기에 바빴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 해는 내수가 줄면서 해외 수출확대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올 해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12만6000대의 유럽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벨기에, 영국 등 5개국의 대리점 체제를 직영 법인체제로 전환하는 등 마케팅망 강화에 나섰다. 또 오는 10월부터는 야심작으로 개발한 대형 승용차 오피러스를 북미 시장에 투입해 고가화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GM대우자동차도 해외 판매량 확대를 위해 지난달 말 준중형 승용차 라세티를 유럽에 첫 수출했다. 라세티는 스페인,이탈리아, 스위스를 비롯 프랑스,스페인,그리스 등 서유럽지역에 판매되고 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라세티는 지난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여 서유럽 고객들부터 호응을 얻은 바 있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 칼로스, 매그너스와 더불어 유럽권을 강타하는 차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며, 불황을 타개하는 1등 차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M대우차는 서유럽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는 북미지역 등에도 라세티 수출에 나서 10만대 이상 수출할 계획이다.
◇신규수요 창출위한 판촉 강화=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내수 불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무이자 할부, 옵션 끼워주기 등 적극적 판촉 활동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새로운 기법의 마케팅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불황타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뉴EF쏘나타 엘레강스 스페셜’은 여성 전용 차량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간에도 화장이 가능토록 조명 적용 화장거울, 핸드백이나 쇼핑백을 걸 수 있는 핸드백 걸이 등을 장착해 여성들의 편의를 높였다.
GM대우차는 올해 업계 첫 무이자 할부 판매를 단행하는가 하면 지하철 랩핑 광고를 전개해 준중형차, 소형차 부문 등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GM대우차는 또 전국 649개 영업소의 모든 간판을 새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담은 새 간판으로 전면 교체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새 회사 출범 후 기업이미지 제고로 라세티 등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든 영업소 간판을 새롭게 단장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전략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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