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관치금융 청산하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1 09:38

수정 2014.11.07 17:00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주에 은행장들을 만나 관치금융과 관치인사에 대한 단호한 척결의지를 밝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일부 은행장 인사와 관련,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서 행장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일단 해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공기업의 장(長) 인사와 관련해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 모든 이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관치인사 척결이라는 노대통령의 의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관치금융은 자금배분과 인사에 정부가 얼마나 개입하고 간섭하는지가 핵심이다. 관치금융은 60∼70년대 개발독재 연대에 정부가 은행을 통해 자금을 나눠주고 기업의 차입경영이 고착화하면서 국내 은행의 금융관행으로 뿌리를 내렸다. 시장경제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관치금융 척결을 다짐했으나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빙자,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이 강조되면서 신관치금융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금감위의 업무지시는 대부분 문서 대신 전화나 업무회의를 통해 이루어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구치금융(口治金融)이라는 신조어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가 은행경영의 자율성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금융기관간 자율협의란 이름으로 포장돼 정부의 뜻이 사실상 강제되기도 한다.

인사개입도 마찬가지다. 행장이나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 등 자율 기능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금감원은 물론 금융기관과 관련된 민간 기관의 주요 자리는 예외없이 막강 권한을 가진 재정경제부 등의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재정경제부의 뜻을 거슬러 행동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의 자율성이 확보될 리 없고 시장경제가 이룩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정부가 시중은행의 금리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관치금융이 사라져야 시장경제는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관치금융 척결은 노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관련 공무원과 조직의 의식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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