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나 가능한 ‘맞트레이드’가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등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에 대한 재경부의 ‘봐주기’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임기만료로 한국은행을 떠난 김우석 전 한은 감사가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심의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상용 현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심의위원장이 한은 감사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전감사와 이위원장이 자리만 바꾸는 어이 없는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이심의위원장은 행시 13회로 지난 2000년 5월 김 전감사(행시 14회)와 함께 재경부를 나왔다. 당시 이심의위원장은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김 전감사는 한은으로 부임했다. 이후 이심의원장은 2001년 공적자금 관리부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사실상 금융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지난해 10월 임기 1년의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심의원장으로 컴백했고 이번 인사를 통해 3년간의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반면 김 전감사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증권금융 사장 부임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이 어긋났다. 자칫하면 실직 신세로 전락할 뻔 했지만 재경부 출신이라는 확실한 꼬리표 덕분인지 신용회복지원회에서 1년을 더 버틸 수 있게 됐다.
이를 놓고 금융계에서는 물론, 한은에서도 참여정부의 인사난맥상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관료사회의 나눠먹기식 인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참여정부 들어 공모절차를 통한 인재 등용 등 인사원칙이나 형식의 틀은 많이 바뀌었지만 내용에서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직 재경부 출신 금융계 관계자도 “재경부 출신들이 금융기관장이나 감사로 가는 일은 흔하지만 이렇게 자리만 뒤바뀐 적은 드물다”며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가 찰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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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