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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예쁜섬 장봉도] 석양물든 갯벌 금빛을 토하고…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2 09:39

수정 2014.11.07 16:58


‘내 귀는 하나의 조개 껍데기, 그리운 바다의 물결소리여…’ 시인 장 콕토가 노래한 싯귀처럼 시원한 바다가 절실한 요즘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름난 바닷가가 싫다면, 소박한 섬 장봉도에 발을 디디면 좋을 듯 싶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이 섬에는 아직 순수한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옹암해수욕장의 갯벌에서 낙지와 소라, 조개 등을 잡고, 진촌 해수욕장에서는 망둥어도 낚을 수 있다. 섬의 왼편에 위치한 무인도 서만도와 동만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도 볼만하다.

인천 광역시 옹진군에 자리한 장봉도는 섬의 형태가 동서로 길고 봉우리가 많아 ‘장봉’이라 불리우게 됐다.
섬내 어느 봉우리에 올라가도 한눈에 섬을 조망할 수 있는데 이들 봉우리는 그리높지 않아 가벼운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현재 이섬에는 310가구, 84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새벽에는 갯벌에 나가 조개류 등을 캐고, 오후에는 밭에 나가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민박집도 많아졌다. 28곳의 민박집이 있다.

삼목도를 멀리하고 신도를 지나 40여분쯤 지날때 쯤이면 장봉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인어의 전설로 유명한 섬 답게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인어상이 바다를 등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날가지어장에서 어민의 그물에 인어가 올라왔는데 인어의 상체는 여자와 같이 모발이 길고 하체는 고기와 흡사하였다 한다. 뱃사람들은 인어를 측은히 여겨 바다로 되돌려줬는데 수삼일 후 그곳에서는 연 삼일 동안이나 많은 고기가 잡혀 인어가 살려준 보답을 한 것이라 전한다.

인어상을 뒤로하고 왼편으로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이 마을 버스를 이용해 섬을 한바퀴 돌아보면 된다.

혹 버스를 놓쳤더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정류장 앞에 잠시 서 있으면 된다. 불쌍한 표정까지 짓는 다면 금상첨화. 인심좋은 마을 주민의 차에 얻어타면 구수한 강화도 사투리로 섬안내까지 들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제일 가까운 옹암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의 백사장과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 을 이루는 곳이다. 또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해수욕하기에도 적합하다. 특히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넓은 갯벌에서는 모시조개, 동죽, 바지락, 대합 등이 널려있어 온 가족이 함께 조개잡이를 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또한 주변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망둥어, 놀래미, 우럭, 장어 등이 잘 잡힌다. 바닷가에 모닥불을 지피고 석쇠를 이용해 갓잡은 조개와 해산물을 구워먹어 보는 것도 좋다. 특별한 양념이 필요없다. 바닷물의 짭짤한 소금기가 배어있는 조개는 정말 별미다.

엄마와 아이들은 바지를 돌돌 걷어 올리고 갯벌속으로 들어가 조개를 잡고, 아빠들은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손맛을 기다리는 모습이 꽤나 호젓해 보인다. 하지만 갯벌이 갑자기 깊어 지는 곳이 있으니 유아를 동반할때는 주의해야 한다.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마을 왼쪽으로 있는 야달선착장을 찾아보자. 무인도로 배낚시나 조개류 등을 캐러 나갔다가 들어온 주민들이 저울에 해산물을 달아 판매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옹암 해수욕장의 건너편에 있는 진촌해수욕장은 망둥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6∼12월이 제철이라니 바로 지금이 딱이다. 배를 빌려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도 좋다. 주민의 말로는 모래와 노송이 어우려져 이곳이 장봉도의 낙조 중 제일 볼만하다고 한다.그러고보니 서만도와 동만도가 보이는 섬의 왼쪽 끝부분에서 바라보는 낙조에 비할바가 아닌것 같다.

갈매기서식지이기도 한 서·동만도 사이로 해가 빠져 수평선과 맞닿을쯤 그 주위를 갈매기들이 빙빙 도는 모습이 전설속의 새, 불사조가 불길 속을 넘나드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한낮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고개를 숙일 때 햇살은 세상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여행팁=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일차선이라 주말에는 삼목사거리너머까지 차가 길게 줄서있다. 섬안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면 삼목선착장 옆 공터에 차를 주차해놓은 것도 좋다. 섬안에는 마을 버스가 있다. 숙박은 친절하고 걸쭉한 농담을 잘하는 김대식 사장이 운영하는 신촌민박을 권한다. 선착장에서 픽업 서비스도 하며, 민박집에 도착하면 지도를 펴고 섬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도 해준다. 원하면 직접 갯벌에서 조개잡는 법까지 전수해준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2주전 예약이 필수.(032-751-9500, www.jangbongdo.co.kr)

*찾아가는길=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다 영종대교를 건너 직진하면 이정표에 화물터미널 표지가 나오면 그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4km 정도 달리다 보면 삼목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해 500m정도 가면 삼목선착장이다.
서울·영종도 통행료 6400원, 자가용 승선료 왕복 3만원. 배요금은 1인당 왕복 4600원. 평일 삼목∼장봉도행 배는 오전 7시10분∼오후6시10까지 매 시간 10분에 출발. 주말은 배가 만선이 되면 수시로 출발한다.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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