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화제의 책-니벨룽의 대서사시] 인간저편에 흐르는 탐욕 고발


■니벨룽의 대서사시(임용호 옮김/종문화사)

독일 문학의 고전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 ‘니벨룽의 대서사시’. 최고최대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비견되는 이 대서사시는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도서가 소수의 전문가를 위한 것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다.

소장 독문학자 임용호씨가 3년여의 노력 끝에 펴낸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독자들이 한편의 장편소설을 읽듯이 중세 서사문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사람 사이의 질투, 재물에 대한 욕망,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친구 사이의 우정이 그려져 있다.

‘니벨룽…’은 전편과 후편의 주제와 그것을 그려내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른 점이 큰 특징이다. 지크프리트가 크림힐트와의 결혼에 성공하고 암살당하기까지의 전편에서는 지크프리트라는 영웅의 화려한 무용담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으며, 이에 곁들여 귀인들의 화려한 생활상이 거듭하여 묘사되고 있다.


또한 지크프리트의 죽음을 잊지 않고 또 한번의 결혼을 통해 막강한 권력을 획득하여 처절한 복수를 하고 마침내 크림힐트 자신마저 죽음을 맞이하는 후편에서는 피가 피를 부르는 혈투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죽은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는 크림힐트의 정절이 이야기를 이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야기일뿐 실제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재물에 대한 욕망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을 뿐이라고 옮긴이는 지적한다. 보물에 눈이 어두워진 하겐과 군터의 음모, 남편이 죽자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가 하겐에게 빼앗긴 보물을 되찾으려는 크림힐트의 욕심으로 인해 피가 난무하는 복수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