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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고채 투기화 우려된다


국고채 시장이 투기에 가까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한때 콜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채권시장 왜곡현상이 심상치 않다.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400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좇아 국고채에 몰리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회사채 시장은 카드채 문제, SK글로벌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국채의 수요·공급면에서의 불균형도 다른 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5월까지 발행된 국채는 11조원대로 전년동기 대비 26%가 줄어든 것이다.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심각성이 크다. 실제로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가들의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 기세가 아니다. 경기가 조만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이 금리를 하락하는 추세 속에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국채 선물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금리상승 요인이 발생, 채권가격이 일시에 폭락할 경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 투신사 등의 채권보유자들이 피해를 우려하여 대량환매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권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금융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미흡하다. 국고채가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기형적인 저금리 구조가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운용에 기인한 것을 감안하면 이의 제거가 시급하다.
자금흐름을 선순환시킬 수 있도록 기업들의 투자확대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투자활성화로 인해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또한 지난 2001년 초에도 국고채가 과열된 뒤 금리가 폭등한 것을 경험했듯이 장단기 역전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 금리상승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