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불법파업에 멍드는 경제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6 09:40

수정 2014.11.07 16:49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을 거듭 천명하고 조흥은행 노조는 일괄매각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조흥은행 노조를 공권력으로 진압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조흥은행 파업에 맞춰 오는 25일부터 잇따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140여개 사업장도 7월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나라 전체가 또 한번 파업 몸살을 앓아야만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내수침체와 수출부진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처할 것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이번에 노동계가 들고 나온 현안들은 정부의 정책과도 맞물려 있어 자칫 정부와 노동계의 맞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조흥은행 매각 등 정부의 주요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노동계가 최종 정책결정권자가 된 듯한 느낌마저 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금을 끌어들여 상용차 합작법인을 세우려던 회사의 계획에 반대해 외자유치 자체를 무산위기로 내몰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는 어떤가. 정부의 매각 방침에 반대해 은행 전산시스템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어 16일에는 차장급 이하 7000여명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키로 하는 등 사실상 총파업 준비태세를 선언했다.

국가경제의 대동맥인 금융시장을 볼모로 잡고 청와대, 정부와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다.

노동계가 참여정부 들어 유례 없이 큰 목소리를 내게된 배경이 뭘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노동계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현정부의 친노(親勞)정책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되 불법파업에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원칙론’만 내세워 결과적으로 파업을 방조했다. 두산중공업 파업사태,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에서도 정부는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정부나 사측으로부터 최대한 받아내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불법파업은 옳지 못하다. 더욱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산하 노조의 이탈을 막고 상대 노총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총파업을 선언했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기업들도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온 악습을 벗어버릴 때가 됐다. 노조를 비난하기 앞서 기업들 스스로 노동자의 권익을 돌려줘야 한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세계를 누빌만큼 컸지 않은가.

이젠 노동계와 기업이 힘을 모아 후진국 나미비아보다 못한, 낙후된 노사협력부문을 끌어올려야 한다.

노사문제가 해외투자가들과 국내기업들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말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결적인 노사관계와 정부의 균형감각 없는 노동정책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는 정도가 더 심각해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을 떠나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생산시설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사간의 극단대립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린다면 노사 양측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다. 특히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회복이 더뎌지는 폐해는 불보듯 뻔하다.

주요 생산기반이 다른 나라로 떠나 산업이 공동화된 상태에서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은 구호로 끝날 수도 있다.

때문에 노사안정은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황급히 바로세워야 할 국가현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노동개혁이 국제기준에 맞게 추진돼야 하고 노사문제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노사분규에 대한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허버트 나이스 전 IMF 한국담당국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단이기주의에 정부 정책이 휘둘려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담당자들의 공정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사문제에 대한 확고하고 원칙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송계신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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