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문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노(勞)-정(政)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조흥은행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반면 조흥은행 노조는 직원 7224명의 사직서 제출로 맞서고 있다. 특히 노조는 25일 전산시스템 다운을 포함한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경찰이 전산센터를 이미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전산망 마비 등과 같은 대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행원 7000명 청와대에 사직서 제출=조흥은행 노조는 16일 서울 남대문로 본점에서 조흥은행 매각 반대를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허흥진 노조위원장은 “조흥은행 일괄 매각을 통한 신한은행과의 합병은 금융산업은 물론 국가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조흥은행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경부와 노대통령이 조흥은행의 독자생존 약속을 어겼으며 정부 계획대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조흥은행에 근무할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다”며 사직서 제출이유를 밝혔다. 이날 사직서 제출인원은 지점장과 비정규직이 거의 포함된 7224명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성명서 발표 후 조흥은행 노조원 200여명은 사직서 제출과 관련, 청와대로 진출하려다 30여분에 걸쳐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
◇경영진은 매각 수용 분위기=홍석주 행장을 포함한 조흥은행 경영진은 사실상 매각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홍행장은 이날 전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조흥은행 지분매각과 관련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은행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흥은행은 과거 개발연대에 기업과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을 했지만 뜻하지 않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은행경영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홍행장은 이어 “현재 조흥은행의 수익력과 고객기반, 106년 역사에서 터득한 영업 노하우, 전국점인 점포망과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무리한 실력행사로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극히 무모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행장은 이어 “정말 중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과 현실에 입각한 현명한 판단이며 고객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우리는 설 땅을 잃게 된다”고 밝히고 “지난해 초 이후 지분매각의 절차와 의사결정 단계에서 정부의 진행과정이 원만치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점은 사실이나 현재 진행중인 지분매각 절차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조흥은행 매각이라는 정부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시스템 마비 없을 듯=한편, 노조가 은행 전산망을 마비시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미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조흥은행 전산시스템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총파업 때 전산망이 다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 오히려 여론이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며 “경영진은 매각여부와 관련없이 정상적인 은행 영업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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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his959@fnnews.com 박대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