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윤경현기자】경기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서울 여의도(80여만평)보다 더 넓은 105만평의 부지에 총연장 64㎞의 종합주행시험장과 풍동시험장을 비롯한 각종 연구시설들이 들어 서 있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충돌시험장 등의 추가 건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양연구소는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울산연구소와 기아자동차 소하리연구소를 하나로 통합, 세계적 자동차종합연구소로 탄생했다. 오는 2010년 ‘글로벌 톱5’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LA 기술연구소, 캘리포니아 디자인테크니컬 센터, 일본 기술연구소, 독일 테크니컬 센터 등과 함께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됐다.
지금까지 남양연구소에 투자된 돈은 8200억원. 현재 박사 175명을 포함, 총 537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까지 이를 7000여명으로 늘리고 시설투자도 더욱 확대,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수준에 맞는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올해 R&D 분야에 2조2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 향후 매출의 5% 가량을 지속적으로 R&D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제일 먼저 들어선 곳은 지난 2000년 만들어진 디지털영상품평장. 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신차의 외관과 실내디자인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처럼 클레이로 차의 모양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 또 즉석에서 차의 색상을 변경시키는 것은 물론, 차문을 열고 들어가 각종 계기장치를 시험작동할 수도 있다.
이같은 첨단 기술의 배경에는 최근 도입한 20억원짜리를 비롯한 3대의 슈퍼컴퓨터가 버티고 있다. 덕분에 디자인 설계 등 모든 과정이 컴퓨터 화면 속에서 진행된다.
다음으로 450억원을 투자한 국내 유일의 풍동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경 8.4m의 초대형 프로펠러가 눈길을 잡아 끈다. 이 프로펠러가 만든 바람을 이용, 공기의 흐름과 바람의 저항 등을 측정한다. 특히 벽면을 모두 흡음 처리해 공력소음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지난 99년 풍동시험장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하루 5000만원이라는 비용을 치러가며 외국의 연구시설을 빌려서 실험을 했단다. 비용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한 실험으로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함으로써 차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시험장 내에서는 지난 4월 출시된 ‘뉴 아반떼XD’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뉴 아반떼XD의 공기저항계수가 동급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주행시험장에 들어서자 남양연구소의 규모가 피부에 와닿는다. 100만평으로 연구소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고속주회로의 길이만도 4.5㎞에 달한다. 최고 속도 시험과 고속 내구 시험을 비롯해 조정 안정성·선회 성능·제동 성능 시험은 물론, 요철 도로·자갈길·모래길 등을 주요 도로조건을 재현해 주행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세계적 규모로 새롭게 출발한 만큼 2010년 ‘글로벌 톱5’를 달성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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