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동북아 금융허브 성공조건/ 박해식 금융연구원 경제학 박사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8 09:40

수정 2014.11.07 16:45


현재 동북아지역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치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이 비중이 26∼30%로 확대될 전망이다. 동북아지역에서는 이러한 실물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금융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에서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조달·운용할 수 있는 금융허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이 자국을 역외 금융시장과 연결하는 지역금융센터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마련·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경쟁에 하루빨리 동참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이 향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원화의 태환성 높여야

이러한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은 국내산업구조의 서비스산업 이전을 촉진함으로써 우리경제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장기적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을 통해 해마다 쏟아져나오는 고급 유휴인력을 국내경제가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한다.

또한 금융허브 육성과정에서 예상되는 국내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건전성 제고 및 경쟁력 강화 노력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통해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이 재발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이 실현 가능한 것인가.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국내에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만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대폭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로운 영업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본점의 납입자본금이 인정되지 않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 건의 자본거래와 관련하여 수백개 사항을 작성·보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높은 점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자주 지적하는 사항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러한 불만 중에는 노사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만사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대부분이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은 현실적인 비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매우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외환거래상에 남아 있는 절차적 규제를 철폐하고 이종통화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원화의 태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비거주자의 원화차입한도 확대, 자본거래에 대한 신고의무제 폐지 등의 조치를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실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이러한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원화의 태환성 제고를 위한 이러한 조치는 다양한 통화가 국내에서 거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을 이용하려는 유인을 제공한다.

규제감독체계를 네거티브 리스트 체제로 전환하고 효과적인 감독집행을 위해 규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우리 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측면에서 권역별로 되어 있는 현행 법률체계를 기능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법률 및 회계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통해 전반적인 금융관련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거티브 규제감독체계로 전환

이밖에 해외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과의 연계강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제고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편익을 증대시킴으로써 외국인의 투자유인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의 금융전문인력 양성기관을 확충하고 외국계 교육기관의 국내진입을 허용함으로써 금융전문인력의 부족에 따른 장애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국내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의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용은 자본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 감독기능의 선진화 등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이 우리 경제의 장기적 생존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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