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이장규 금융부장] “요즘 청와대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부처의 자율과 책임은 훨씬 커졌고, 권위주의도 많이 탈색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분명히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경북대 교수를 지낸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탈권위적이고 민주적 토론문화 정착을 참여정부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이실장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당장 조흥은행 매각문제를 포함한 각 노동조합 등 사회 이익단체들의 ‘제목소리 내기’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스크린쿼터 축소,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금융기관 구조조정, 빈부격차 해소, 증권시장 통합, 기업규제 개혁 등 산적한 현안도 하나둘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현안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고, 정책은 무엇인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실장을 만났다.
―참여정부 출범 후 탈권위적이고 토론식 국정운영이 정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부처의 자율성도 개선되고 있나.
▲사실 처음에는 부처들이 (청와대) 눈치만 봤다. 일부 부처는 청와대의 지침을 기다리느라 일손마저 놓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색깔’이 점차 드러나면서 부처들의 적응도 빨라지고 있다.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하명상달’식 아이디어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탈권위적 토론식 국정운영의 본질을 제대로 봐줬으면 한다.
―조흥은행 노동조합이 매각을 반대하며 최근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데 이어 파업에 돌입하는 등 사회 이익집단의 ‘청와대 쳐다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조흥은행 노조의 청와대 사직서 제출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문제는 조흥은행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내 이익집단들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론화 등 토론이 필요한 경우에는 청와대 정책실이 앞장서서 이를 조율할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정책실은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해서 양쪽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제입찰을 거친 매각을 중지할 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토론회를 많이 개최할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와 관련해서 문화관광부와 영화계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5년째 잠복돼 온 문제다. 단지 최근 들어 수면위로 올라온 상태일 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화계와 경제계, 정부부처간 입장이 크게 다르다. 조만간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및 영화계 인사는 물론 통산교섭본부와도 만나겠다.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이른바, ‘윈-윈 방안’을 마련하겠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어느 사회나 경쟁은 있고, 이 과정에서 낙오자도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에 대한 동료의식이 너무 희박해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특히 여성문제, 도시빈민문제, 노인문제, 장애인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노사정 화합의 모범국가인 네덜란드나 아일랜드의 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도입, 제도개선에 활용하겠다. 물론 시민의식 대전환도 시급하다.
―부동산 세제개편(과세) 방향은.
▲참여정부는 과거처럼 앞으로 갔다고 다시 뒤로 가는 ‘스톱(Stop) 앤드 고(Go)’식 부동산 정책은 절대로 펴지 않겠다. 물론 속도는 조절하겠다. 급격한 부동산시장 위축이 일본에서 처럼 ‘장기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감안해서 우선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33% 수준인 과세표준을 임기 말에는 50% 수준까지 올리겠다. 또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도 검토중이다. 다만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따라서 부동산 소득이 아주 큰 상위 5% 정도의 집단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검토중이다. 도입시점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됐던 금융구조조정이 최근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향후 복안은.
▲조흥은행 민영화는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맞다. 국제입찰을 거쳐 8개월동안 진행해 온 사안이다. 더욱이 외국에서는 조흥은행 매각성사를 국내 금융시장 구조조정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이 은행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의 척도로 조흥은행 민영화 작업을 꼽고 있다. 정부는 조흥은행 매각 외에도 추가로 몇개의 은행을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 카드채 문제도 지난 4월중에 발등의 불은 껐지만 위기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투자증권은 예정대로 매각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문제와 카드사 문제는 이른 시일내 시장원리에 맞춰 해결하겠다. 여기서 시장원리라 함은 해외 매각을 포함해 시장 퇴출도 포함한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한 생각은.
▲현재의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의 2원화 구조는 능률?^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외국의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에따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정부조직 전반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이면서 금융감독당국의 조직 개편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 특히 통합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겠다. 내년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등 3개 증권시장 통합방안은.
▲통합을 포함해 본부이관 등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 자체가 쉽지 않다. 다만 본부를 서울과 부산중 어느쪽에 두는 게 효율적이냐는 문제를 놓고 검토중이다. 하지만 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돼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본부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청와대 정책실이 다시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폐해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정책은 무엇이 있나.
▲최근 재경부와 금감위, 공정위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우선 의결권 제한이나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이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계열분리 명령제도 연구중이다. 이 부분이 재벌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다.
―향후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에 대한 청사진은.
▲개혁내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갑자기 칼을 뽑아서 하는 그런 개혁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또 일관성도 유지하겠다. 불필요한 규제는 계속 줄여나가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노사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시각은.
▲현재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노사문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는 ‘참여정부가 친노적인데 투자했다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친노적이라는 시각과 우려는 맞지 않다. 이는 일부 언론이 왜곡한 측면이 많다. 참여정부는 ‘친노’가 아닌 ‘지노(知勞)’정부가 맞다. 노동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로부터 진정으로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사상 첫 정부라고 자부한다. 노조측의 임금인상은 최대한 자제시키면서 기업주는 노조에 경영 및 이익참여를 보장하고 정부는 물가와 주택, 교육문제를 해결해주는 노사정간 빅딜(대타협)이 바람직하다. 참여정부는 그간 50년간 실패한 ‘노사대타협’ 모델을 이런 방향으로 구축할 것이다.
―현 정부를 놓고 위원회(TFT)공화국이라고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위원회 숫자가 늘지 않았다. 제2건국위원회 등 불필요한 위원회를 많이 없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줄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현 참여정부를 TFT공화국이라고 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산하 위원회를 매주 직접 주재하다 보니 위원회가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비쳐지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경우 위원회는 만들어 놓고 1년에 1∼2차례 가동해 왔던 게 사실이다. 위원회를 만들었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노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생각이다. 따라서 TFT공화국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향후 청와대 정책실에서 주력할 분야가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는 부처가 주도적 입장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또 경제부총리가 안보인다고 하는데,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항상 경제정책의 중심은 부총리였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5년 뒤 국민의 삶은 과연 나아질 수 있나.
▲참여정부의 정치 경제 등 국정운영방향은 분명히 옳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혼선이나 난맥상, 후퇴같은 부분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성과를 내고 이를 다음 정부에 물려주는 최초의 정권이 될 것이다. 5년 뒤 국민의 삶은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며 신뢰도 쌓일 것으로 확신한다.�z정리=이영규기자
/정리=이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