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주당 한나라당 등 여야정 소속 정책 책임자들이 지난 2일 모여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4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주요 민생 현안 법안들을 6월 임시 국회를 통해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로부터 17일이 경과한 18일까지도 추경을 논의해야 할 국회 예결위는 단 한번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추경을 심의해야 할 기구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이유는 예결위원장직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자리 싸움’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예산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정책여당이자 집권당이 예결위원장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여당이 지난 3년간 예결위원장직을 독식한 만큼 이번에는 야당몫이 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추경을 담보로 위원장직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양당 주변에서는 추경 등을 비롯한 민생현안 처리에 관심조차 없다는 황당한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민주당은 신당 창당 문제로, 한나라당은 당 대표 선출 등으로 인해 당 밖의 일에는 당분간 신경을 쓸 수 없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급기야 이같은 상황을 보다못한 국무조정실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FTA이행 특별법 제정안 등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9개 안건을 보고하고 범 정부차원의 노력을 재촉하고 나섰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양당 정책위의 뒷짐지기는 도를 더할 뿐이다.
FTA 문제의 경우 한나라당 담당 전문위원실에서는 당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귀띔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신당 창당 문제가 시끄러워서”라며 개점휴업 상태를 부인하지 않았고 추경안의 경우 무조건적인 정부안을 수용할 태세다.
이번 추경의 경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중소기업 인턴사원 고용지원과 임대주택건설 등 서민층 지원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여야는 국회 자유투표를 통하든지 아니면 한 회기에 두번으로 나눠 위원장을 맡든지 하고 더이상 위원장 문제로 심의를 늦춰서는 안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당사에 내걸린 “정치개혁 국민통합 민주당이 앞장섭니다(민주당)” “새로운 시작, 변화와 감동(한나라당)”이라는 개혁성을 강조한 슬로건이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sm92@fnnews.com 서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