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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기업구조 개선안 뭘 담았나]SK(주)·SK텔이 그룹 조정업무 담당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8 09:41

수정 2014.11.07 16:43


SK그룹의 구조조정추진본부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 수감, 그룹의 모태인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따른 파문 등 SK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구조본 해체라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지만, 무엇보다 SK 스스로 개혁을 통한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노종 SK그룹 전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대목도 “SK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선활동을 추진해 고객과 주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메시지였다.

특히 오너인 최태원 회장도 옥중에서 구조본 해체에 전격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SK의 자구노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본 해체 배경과 의의=국내 주요 그룹들은 지난 90년 중반 계열사 구조조정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구조본이라는 이름을 잇따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SK도 지난 95년 그룹 체제의 구심점이던 경영기획실 간판을 내리고 현재의 구조조정추진본부로 바꿔 달았다.

그러나 구조본이 본래의 취지인 계열사 구조조정보다는 오너십 유지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을 주도하는 사조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폐지 여론이 높아져 왔다. 이에 LG그룹이 최근 지주회사를 출범하면서 구조본을 해체했고, SK가 이번에 그 뒤를 이어 두번째로 구조본 해체를 단행한 것이다.

SK는 이날 발표한 ‘기업구조 개혁방안’에서 구조본을 해체하는 대신 각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가속화하고 앞으로 각 계열사간 관계를 ‘SK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바람직한 기업모델로 제시한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강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의 만찬 기조발언에서 재벌 소유구조의 구체적 개선방안에 대해 ▲지주회사체제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정도의 느슨한 연계체제 ▲독립기업 분리나 전문업종별 소그룹 분화 등의 방안을 예시했었다.

SK그룹의 구조본 해체는 단순히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눈치보기’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업 투자의 패러다임이 투명경영과 주주가치 증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구조본 폐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구조본 해체 이후 SK그룹의 변화상=SK 계열사들은 앞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특히 SK글로벌의 경우 전체 인원의 40%가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구조본 조직은 물론 SK 전 계열사에 감원·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약 30명에 달하는 구조본 인력은 대부분이 SK텔레콤 기업문화실 소속이어서 상당수는 텔레콤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저수익 사업의 정리와 운영효율개선 등을 통해 9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노력도 추진한다.

SK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추진해 오던 벤처사업을 상당부분 축소하고,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 확장 지향적 투자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공기업 민영화 참여 축소’ 언급은 SK가 남동발전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계열사들은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의 권한과 책임이 커질 전망이다.

SK그룹은 구조본 해체 이후 SK㈜와 SK텔레콤 양대체제로 전환된다. 특히 SK㈜는 지주회사로서 투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 SK그룹·SK텔레콤 회장인 손길승 회장은 슈팩스(SUPEX) 추구협의회장으로 공식 직함이 바뀌게 된다. 또 최태원 SK㈜회장은 대주주로 역할이 축소돼 과거처럼 각 계열사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종 전무는 “SK는 궁극적으로 지주회사로 갈 것”이라며 “지주회사 여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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