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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性 당당한性] “수억마리 쭉정이 정자 가미카제식 살신성인”

조남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9 09:41

수정 2014.11.07 16:43


남자가 한번 사정할 때 보통 수 억 마리의 정자가 배출된다. 이 중에서 억세게 운이 좋은 한 마리만이 수정할 기회를 잡는다. 그럼 나머지 수억의 정자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과거의 생물학자들은 이 ‘불량 정자(?)’들을 자연의 실패작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988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이 정자들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카미카제 특공대’에 비유하는 이론을 발표했다.

말하자면 동료 정자가 난자에 골인하는 것을 돕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은 정자 경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카미카제 정자들이 자신의 형제들만 돕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다른 남성의 정자는 철저히 막아낸다. 뒤쳐지는 정자들은 입구를 전면 봉쇄해 다른 남성의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서로 엉겨붙어서 장벽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다른 한 무리는 여성 생식기 내부를 유유히 돌아다니면서 다른 남성 정자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며 순찰하는 수색대를 만든다. 경쟁자를 무력화시킬 치명적인 효소들을 분비하면서 말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현실사회에서의 경쟁보다 더 철저한 공격과 수비가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건강한 자녀를 낳기 위해서는 튼튼한 정자뿐 아니라 쭉정이 정자들도 충분해야 한다. 퍼즐처럼 제자리에 딱 맞게 들어 있어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 그런데 카미카제 정자와 정상적인 정자들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기 다르듯 정자의 생김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올챙이 모양의 정자뿐 아니라 머리가 찌그러진 것, 머리나 꼬리가 두 개로 갈라진 것, 머리는 크지만 꼬리가 짧은 것 등 모양이 다양하다. 물론 모양 뿐 아니라 얼마나 활발히 잘 움직이는지도 중요하다.


일반 남성들은 정액의 색이나 끈적거리는 정도, 냄새, 양이 변하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기 쉽다. 색이 진해졌다, 투명해졌다, 너무 묽어져다, 겔처럼 뭉쳐있다는 등의 고민을 하지만 전문가들도 눈으로만 보아서 정자의 건강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2세를 희망하는 남성이라면 자신의 정액에 건강한 정자뿐만 아니라 카미카제 정자도 충분한지, 치열한 정자경쟁을 통해 가장 우수한 유전자가 골인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정확하게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 www.top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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