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진기자의 Movie inside-스크린 쿼터] 명분보다 득실이 먼져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9 09:41

수정 2014.11.07 16:42


1999년 6월 18일. 서울 한복판 광화문 빌딩앞 광장은 ‘눈물의 야외 이발소’였다.

영화인들은 ‘스크린 쿼터 축소 음모 저지를 위한 범영화인 규탄대회’를 갖고, 영화감독 정지영, 박광수, 장선우씨를 비롯해 105명이 2차로 집단 삭발식을 가졌다.

당시 영화인들은 “스크린 쿼터는 한·미투자협정의 흥정대상이 아니며 쿼터와 관련해 어떤 타협이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크린 쿼터는 미국 문화제국주의에 맞서 한국의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했다.

99년 당시 영화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스크린 쿼터제는 유지됐고 98년 25%에 불과했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몇 년간 40%대를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스크린 쿼터 축소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게다가 이번에는 침체된 경기상황까지 맞물려 있다. 경제연구기관과 재계에서는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높아지고 대외 채무의 금리가 낮아져 약 40억달러 가량의 외국인 투자 추가유입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스크린 쿼터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4년간 끌어온 한?^미투자협정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재경부는 “국내 영화시장 규모 5억달러 중 대미 영화수입은 2억달러에 불과해 일반 상품의 대미(對美) 수출액 330억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스크린 쿼터 유지는 영화계의 집단이기주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영화인들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문제를 언뜻보면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하면 돈이 들어오고, 유지하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과연 우리 영화계는 언제까지 스크린 쿼터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한다고 해서 과연 40억달러가 굴러들어올까.

더이상 서로의 명분만 주장하지 말고 그 득실을 곰곰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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