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은행인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을 자회사로 둔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최종 매각됐다. 이로써 지난 90년대 초반까지 ‘은행 빅5’로 불리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호령했던 ‘조(조흥)-상(상업)-제(제일)-한(한일)-서(서울)’는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지난 99년 한빛은행으로 합친 뒤 우리금융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서울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합병했다. 제일은행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9년 헐값매각 시비 끝에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에 팔렸다.
그러나 조흥은행 매각은 여러가지 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당장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최고은행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또 조흥은행 부실을 은행 경영진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는 점도 제기된다. 과거 정부들은 은행측에 정책적 대출을 ‘독려’해왔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뭉칫돈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에 흘러들어가면서 은행 부실을 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는 정부 당국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아가 은행 ‘몸집키우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한 결과는 두고두고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조흥은행의 총파업에 대한 ‘동정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조흥은행 노조측에 한 발짝 물러서서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는 있지만 아래서 위로 흐를 수는 없다. 이미 대세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홍석주 조흥은행장이 19일 오전 1시쯤 정부 관계자들과 모처에서 만나 5개항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잘 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나아가 정부측에도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조그마한 어항(국내 금융시장)에 메기(초대형 은행) 4마리만 남는다면 결국 어항이 깨질 수도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 은행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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