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조흥銀 매각에 바란다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19 09:41

수정 2014.11.07 16:41


105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은행인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을 자회사로 둔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최종 매각됐다. 이로써 지난 90년대 초반까지 ‘은행 빅5’로 불리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호령했던 ‘조(조흥)-상(상업)-제(제일)-한(한일)-서(서울)’는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지난 99년 한빛은행으로 합친 뒤 우리금융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서울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합병했다. 제일은행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9년 헐값매각 시비 끝에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에 팔렸다. 그리고 이번에 조흥은행마저 매각됨에 따라 ‘조-상-제-한-서’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조흥은행 매각은 여러가지 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당장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최고은행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또 조흥은행 부실을 은행 경영진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는 점도 제기된다. 과거 정부들은 은행측에 정책적 대출을 ‘독려’해왔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뭉칫돈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에 흘러들어가면서 은행 부실을 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는 정부 당국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아가 은행 ‘몸집키우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한 결과는 두고두고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조흥은행의 총파업에 대한 ‘동정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조흥은행 노조측에 한 발짝 물러서서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는 있지만 아래서 위로 흐를 수는 없다. 이미 대세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홍석주 조흥은행장이 19일 오전 1시쯤 정부 관계자들과 모처에서 만나 5개항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잘 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나아가 정부측에도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조그마한 어항(국내 금융시장)에 메기(초대형 은행) 4마리만 남는다면 결국 어항이 깨질 수도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 은행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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