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fn창간 3주년] 3년차 직장인이 본 파이낸셜뉴스


“다른 사람들한테는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나한테 만큼은 정말 잘 해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만나서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과는 절대 저녁을 같이 먹지 않죠.”

역시 그녀들의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독특했다. 한편으로는 다소곳 한 것 같으면서도 한쪽으로는 당당함이 배어 나오는, 기성세대들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혼돈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다.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Participation)하면서 “내가 사회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는 열정(Passion)과 힘(Portential Power)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P세대(Paradigm-shifter), 그 모습 그대로였다.

3년. 어느 조직이든 3년차되는 조직원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력과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3년이란 시간이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혀 조직업무를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당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과거공부도 최소 3년은 해야 급제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사회생활 3년차를 맞이하는 이들 ‘3년차 사회인’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그들의 모습은 어떤 측면에서 창간 3년차를 맞는 본지의 사회적 위상과도 공유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나름대로의 힘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한 일원으로 당당히 거듭났고 이를 뛰어넘어 사회변화를 이끌어갈 용광로같은 열정과 힘이 이들에게서 느껴진다. 확실히 그들은 사회에 대한 뚜렷한 자기역사관과 냉정한 분석, 따뜻한 가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시대를 이끌어갈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 국민은행에 입사한 권은희(28?^고객관리팀)씨. 178cm라는 큰 키에 한번 주눅이 들고 당차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서 또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권은희씨는 현재 국민은행 고객관리팀에서 직원들의 교육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연수일정부터 강사섭외는 물론 자신이 직접 강의도 하고 있다. 숙명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경제학도로 딸만 네명인 ‘딸부자집’의 셋째 딸.

한국재무설계사(AFPK)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 PB(Private Banking) 전문과정, 한국재무설계사 과정, 고객만족(CS) 강사양성 과정, 외국환업무 과정 등 손으로 꼽기 힘들 만큼 다양한 교육과정을 밟았다. 사회생활에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입행한 후 잠실역지점에서 외환, 온라인, 상담창구 업무 등을 거쳤다.

현대캐피탈 일반대출팀에서 근무하는 서주영(27)씨도 올해로 입사 3년째를 맞는 풋풋한 직장인이다. 서주영씨에게서는 권은희씨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고 있었다. 권은희씨에게서 당당함과 열정이 느껴진다며 서주영씨에게서는 조용함과 다정함, 포근함이 느껴진다. 서주영씨 역시 지난 2000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현재는 일반대출팀에서 마케팅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모습에서 풍겨나는 이미지와는 달리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법학도로 현대캐피탈의 특별 신상품 기획을 담당할 정도로 회사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서주영씨 역시 1남4녀중 셋째 딸이다.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시나요?

권:주로 자기계발을 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어요. 나만을 위한 시간이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해요.

서:회사에서 얼마전부터 격주휴무를 실시했어요. 주로 피로를 푸는데 시간을 활용하죠.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엄마와 찜질방에도 가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 주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주말마다 여행을 가시는 편이라 요리를 할 기회가 많죠.

-자기계발을 위해서 특별히 하고 계신게 있나요?

권:고객관리팀에 있으니까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죠. 한 2∼3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고객만족(CS)과 고객관리를 접목시켜 VIP에 대한 고객상담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요. 나만의 컨설팅 영역을 구축하고 싶은게 욕심이죠.

서:저 역시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서적들을 많이 읽으면서 더 많은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전문서적들로 공부하고 있죠.

-사회생활 3년이 지났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때가 언제인가요?

서:그래도 상사한테 칭찬을 받았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죠. 잘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동안의 고생이나 피로가 싹 가셔지는 것이 느껴져요. 얼마전에 입사후 처음으로 신제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PT)을 제가 모든 걸 준비해 발표를 했었는데 칭찬을 받았어요. 정말 보람을 느꼈죠.

권:저 역시 맡고 있는 일이 강의 분야이니까 강의를 하고 나서 강의내용 좋았다는 청중들의 칭찬을 받을 때가 가장 보람있죠. 첫 강의때 교육생으로부터 강의가 알차고 많은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겠더라구요. 교육 많이 받아봤는데 제 강의가 가장 도움이 됐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뿌듯했죠. 지금도 그때의 느낌을 항상 가슴에 품고 강의에 나서고 있어요.

-우리사회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서:글쎄요. 지금 우리 사회는 굉장히 열정적인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열정이 너무 지나쳐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권:저는 오히려 지금 우리사회에 열정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 같기도 하구요.

-직장생활을 하면 회식자리도 많을텐데, 우리 사회의 술문화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권:우리 사회의 술문화가 나쁘다는 생각은 잘 못느껴요. 아주 자율적이기 때문이죠. 술을 강제로 권하지도 않구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칵테일을 만들어 마신다거나 하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술문화는 못느끼고 있어요.

서:저 역시 그래요. 회식자리가 참 편하고 좋게 느껴져요. 강제로 술을 권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직문화에 익숙해 지려면 회식자리나 술자리는 가급적 참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형은 어떤가요.

서:똑똑한 사람이 좋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나한테만은 잘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약은 사람이 좋은거 같아요.

권: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구요. 전 만나서 불편한 사람과는 절대 저녁식사를 같이 하지 않아요. 조금은 차갑다고 생각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남녀간의 만남에서는 오히려 그런 것이 확실하고 좋다는 생각이죠.

-파이낸셜뉴스도 올해로 창간한지 3년이 됐습니다.


권:알고 있어요. 파이낸셜뉴스는 증권과 금융, 부동산, 기업기사등 종합경제로서 알찬 기사를 제공하면서도 인물중심의 기사를 적절히 배합해서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아 좋더라구요. 경제신문의 기사가 대부분 딱딱하고 경직됐다는 이미지를 많이 주는데 소프트한 기사도 많이 다뤄주고 있어서 읽기가 편하고 좋아요.

서:기사의 특화를 더욱 해 주셨으면 해요. 사건의 특징과 분석을 나름대로 특화해서 다뤄주면 다른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시각과 분석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더욱 열심히 취재하셔서 더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내내 권은희씨와 서주영씨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시간이 없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는 두 사람이 사회생활 동기로 무척 친해진 듯 한 느낌이었다. 밝은 웃음으로 헤어지는 그녀들의 뒷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