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새로운 비전과 국가경영 원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2 09:42

수정 2014.11.07 16:37


한국 최고경영자(CEO) 포럼이 지난 20일 창립총회를 갖고 최근 국내상황에 대한 견해와 각오를 발표했다. 우리 경제가 사회적 갈등이 더욱 확대돼 간다면 중남미형의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 계층간 분열과 갈등이 증폭돼 가는데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그야말로 벗어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우리나라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사간 극한 대립,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투자부진과 청년실업 확대 등으로 성장 활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마저 불확실하다.
만일 분열과 혼란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고사하고 다음 세대에 남겨서는 안될 가난을 물려줄 수밖에 없다는 CEO들의 지적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낙관적 기대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갖고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지금의 사회적 갈등이 치유하기 힘들 정도가 아니라는 안일한 인식은 곤란하다. 물론 현재의 갈등 양상이 성숙된 민주주의로 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격화돼 가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이익집단들의 경우, 본연의 설립취지와는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갈등을 조장한다는 염려도 제기되는 마당이다.

더 이상 진보와 보수, 근로자와 사용자,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치우쳐 국론이 분열되고 이익집단간 충돌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져서는 안 된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중심적인 주장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먼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는 자세가 요구된다.


CEO들이 솔선수범해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변화를 추구하고 사회통합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도 사회갈등 등의 해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잘못 제시된 청사진이 있거나 달성 불가능한 기대를 심어줬다면 과감히 버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전과 국가경영원칙을 제시해서 국민의 합의와 신뢰를 확보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CEO들의 주문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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