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SK㈜ 사외이사 ‘화났다’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2 09:42

수정 2014.11.07 16:37


‘배임이냐 배신이냐.’

SK㈜ 사외이사진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5일 13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SK글로벌에 대한 8500억원의 출자전환을 결정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되는가 했으나 SK텔레콤의 확약서 문제가 뒷덜미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SK㈜ 이사회는 “SK글로벌의 목표 세전 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겠다는 확약서를 SK텔레콤 이사회가 제출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SK글로벌 매출채권 8500억원의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그런데 SK텔레콤 이사회는 “(SK텔레콤이) SK글로벌과 기존 거래 관계를 유지해도 목표 EBITDA 달성은 가능한데 굳이 확약서까지 필요하냐”고 사실상 확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SK㈜ 사외이사진이 발끈했다. SK㈜는 현금이나 다름 없는 상거래채권을 무려 8000여억원이나 글로벌의 자본금으로 전환했는데 텔레콤이 글로벌 살리기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이다.


박홍수 SK㈜사외이사(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지난 20일 “텔레콤의 확약서가 없으면 SK㈜ 출자전환 여부를 무효화한다”고 말해 자칫 SK글로벌 사태가 원점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교수를 비롯해 SK㈜이사들의 이같은 초강수는 ‘배임’의 가능성을 무릅쓰며 어렵게 출자전환을 결의했는데 만약 텔레콤 이사회가 확약서를 내놓지 않는다면 SK그룹을 ‘배신’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이사회가 출자전환을 부결시켰더라면 채권단은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박탈했을 것이고 결국 SK그룹은 공중분해됐을 것이란 게 SK㈜ 사외이사들의 주장이다.


“확약서를 못내놓겠다”는 텔레콤 이사회도 배임과 배신 사이에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확약서를 내 줄 경우 주주들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배임죄 논란에 휩싸이는 반면, 그렇다고 제출을 계속 거부하면 그룹과 관계사들의 원망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편,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을 살린다는 대 전제가 마련된 이상 SK텔레콤이 확약서를 제출하는 것이 순리”라고 조언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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