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대학교육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3 09:42

수정 2014.11.07 16:36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992학년도부터 학과평가 및 학문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출발당시에는 나름대로 대학에 자극을 주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전국 대학 및 학과에 대하여 획일적인 평가방식과 무의미한 항목의 누적으로 현재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담이 더 커서 평가 시스템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2003년도에 경제학, 문헌정보학, 물리학을 평가대상으로 선정하고 추진 중에 있으며 현재 경제학·물리학 분야 대부분의 대학 소속 학과들은 각각 ‘대교협 경제학분야 평가개선추진위원회’와 ‘물리학연합’(가칭)을 결성하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학 분야 교수들은 ‘평가편람의 조속한 시정과 평가의 무기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평가편람이 상대평가로 되어 있어서 대학의 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키고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학의 서열화 고착화 심화

지난 10년 동안 대교협에 평가를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 평가한 결과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이나 보통 또는 미흡한 평가를 받은 대학에서 어떠한 개혁적 조치나 효율성의 제고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대학에 수요자 중심교육의 학부제를 강요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로 구분되는 전공선택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기초학문이 위축되고 있다. 학부제를 실시하면서 각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특성화시킨다고 해 놓고 대교협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은 대부분 연구중심 대학의 획일적 기준에 맞추어져 있다.

평가의 척도가 합리적이고, 또 그 척도에 의해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현실적으로 대학이나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고 대학교육에 대한 생산성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정보제공을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도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그 제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해야 구매가 이루어지 듯이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재는 교육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교육에 대한 신뢰성이 없다. 대학에서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믿지 않고 기업체에서는 대학에서의 성적을 믿지 않고 있다. 즉, 대학은 내신보다는 수능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고 기업체는 대학성적보다는 영어나 면접에 의해 사원을 선발하고자 한다. 그 결과 고등학생들은 학교수업보다는 수능준비를 중시하여 학원으로 가고, 대학생들은 학과전공보다는 취업을 위한 학원강좌를 중시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학생들의 교육과정과 학사관리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그러한 평가를 각 대학이나 기업체에서 학생의 내신성적을 참고하여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성의회복을 위해서는 각 대학의 교육 특성에 맞는 적절한 기준의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중심대학은 교수의 연구에, 교육중심대학은 교육 부문에 비중을 더 두고 평가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학생 모집에더 신경을 써야 하는 지방의 대학들에 수도권의 유수한 연구중심대학과 같은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획일적인 기준산정을 피하기 위하여서 교육·연구병행대학, 교육중심대학 등의 기준을 따로 마련해서 학교 스스로 선택하여 평가받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관성과 활용도 높은 평가 필요

대학의 교육개혁은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의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사회적 수요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장경제 논리의도입은 불가피하다. 다만 시장경제의 논리만으로 효율성 제고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개혁의 수단으로서 대학 및 교수에 대한 평가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가격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가격이 정확히 평가되어야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
대학이나 교수에 대한 평가의 목적은 인위적으로 교육의 질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고 성과에 따른 예산 배분 및 대우를 통해 경쟁을 촉진함에 있다. 각 대학에 적절한 부담을 지우면서 일관성 있고 활용도가 높은 의미있는 내용의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평가 후에 예산 배분과 지원책에 대한 유인책이 없이 단순히 평가를 통한 대학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공허한 명분으로 평가를 위한 평가는 개선되어야 한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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