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복용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약물에 대한 내성’이다.
의·약사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대략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성이 인간의 건강관리에 왜 중요한지 구체적 의미를 알고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성(耐性)은 바이러스(세균)가 약물에 대해 갖는 저항현상을 말한다.
흔히 ‘약발이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내성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균이 약물에 대해 저항성이 강한 균주(菌株)로 변했을 때 그 세균은 내성 또는 약제내성(藥劑耐性)을 가졌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이 부족했을 때 체내의 병원균을 모두 죽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살아남은 저항균을 내성균이라 하고 이 내성균은 자신보다 더 강한 자손을 증식하게 된다.
이렇게 생긴 내성균은 이미 치료했던 약물로는 ‘약발’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의사들이 여러가지 약물을 복합처방거나 약물의 종류를 바꿔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례로 결핵균은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약물로 죽일 수 있는데, 이 약물에도 죽지않은 결핵균이 있다.
이런 결핵균을 ‘내성균’이라고 한다. 반대로 이 약물에 잘 듣는 결핵균은 ‘감성균(感性菌)’이라고 한다.
약물의 내성은 화학요법제의 개발로 질병치료에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술파제·페니실린·스트렙토마이신 등과 같은 항생물질의 등장 이후 내성을 갖는 많은 균들이 생겨났다.
이런 내성은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한 한국인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내성률 세계 최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약품 의존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만, 탈모, 성기능장애 개선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약물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이 불필요한 약물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내성이 생기면 한거번에 수십알씩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게된다. 또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약을 먹게 되는데 이런 경우 약제내성(용어설명 참조)이 생겨 몸과 정신이 황폐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약물일지라도 임의대로 마구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약물의 내성만을 의식해서 무조건 약물 사용을 금하는 것은 환자치료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 용어설명
약제내성=의약품을 연이어 사용했을 때 점차 그 복용량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도움말:윤영석내과 윤영석 원장(02)508-7781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