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북송금특검팀의 ‘수사연장’ 요청을 정식으로 거부해 여야 정치권의 ‘특검법 논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노대통령, “150억원 검찰, 새로운 특검에서 조사=노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통해 “송두환 특별검사의 보고를 받고 검토한 결과 대북송금 의혹사건은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이며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이 새롭게 불거졌지만 대북송금과 150억원 의혹사건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별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대통령은 “이번 사안(150억원 비자금 의혹)은 특검과 별개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검찰에서 수사할 지,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할지의 판단은 남아있으며 새로운 특검 도입 여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대통령은 “당분간 국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검찰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150억원 수수 의혹은 국민 앞에 한점 의혹없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특검의 본령인 자금조성의 불법성 여부와 송금의 성격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특검 막바지에 불거진 ‘150억원’은 대북송금 특검과 분리해 다루되, 일반 검찰만 고집하지 않고, 국회에서 제2의 특검을 의결, 요구하면 그것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과 맞물려 호남지역과 개혁세력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반발·이탈할 위험이 크다는 민주당측의 경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 “30일께 새 특검법 제출”=이같은 노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 등을 열고 ‘국민을 짓밟는 반민주적 독선’이라며 ‘대통령 친인척 비리’ 국회 국정조사 추진, 사안별 국무위원 해임안 제출·처리, 민생법안 이외 안건 심의 거부 등 대여 강공 노선을 취하기로 한 반면 민주당은 ‘무모한 발목잡기’라고 맞대응하는 등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새 특검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 오는 30일이나 내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새 특검법안에서 수사대상을 ▲현대비자금 의혹 ▲산업은행 대출금 4000억원 중 송금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1700여억원의 행방 ▲5억달러외 추가 대북송금의혹 ▲대북송금의 대가로 정부가 제공한 공적자금 등 현대에 대한 특혜의혹 ▲16대 총선 직전 현대상선 비자금 200억원의 정치권 유입 의혹 등으로 확대하고, 수사기간은 최소 120일 이상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편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고심끝에 내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 25일 관련자 일괄기소=이에따라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이날 공식수사 종료일인 25일까지 박지원·정몽헌씨 등 대북송금 관련자들을 일괄 기소키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5일까지 사법처리 대상자에 대해 공소제기 여부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수사종료 시점에 맞춰 기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특히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과 관련, “150억원 수뢰혐의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은 검찰 등 타기관에 넘겨 수사토록 하고 특검에서는 대출외압 및 대북송금 관련 혐의만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언급, 검찰 이첩 여부가 주목된다.
/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이진우 서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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