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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창간 3주년-한국영화 해외서도 호평] 튜브엔터테인먼트 김승범 사장 인터뷰


▲영화 ‘튜브’를 칸국제영화제 마켓에서 가장 높은 금액인 250만달러에 팔았는데.

-특히 일본 업체들의 경합이 치열했다. 쉬리 이후 한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스케일이 큰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어하는 것도 판매 이유 중 하나다. 우리도 일본 메이저 배급사에 팔았기 때문에 150∼200개 스크린에서 ‘튜브’를 상영하게 된 것에 이다. 또 사스영향으로 칸영화제에 참가하지 못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30만달러 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영화의 해외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은 장기 침체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만한 여유가 없다. 또 제대로된 영화를 배급할만한 능력을 갖춘 아시아 국가도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 아시아에서 불고있는 ‘한류열풍’도 한국영화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한국영화에 대한 인기는 몇 년전 작품에 까지 이어진다. 예를들면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유명해졌다면 그의 전작도 찾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해외수출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린트 보관소홀로 판매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아쉽다.

▲아시아 시장에서 잘 팔리는 영화는 어떤 장르인가.

-개인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작비 20∼30억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나 코미디 영화도 꾸준히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규모면에서 해외에서 판매하는데 한계가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매트릭스’처럼 스크린 물량으로 승부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미국영화도 ‘타이타닉’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를 휩쓸었기 때문에 오늘날 할리우드영화의 막대한 영향력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번 돈은 또다시 블록버스터를 생산하고 점점더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게되는 순환현상이 일어난다. 아시아시장에서도 ‘튜브’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다른 장르 영화보다 비싼 금액에 팔리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영화가 할리우드가 만든 1억달러가 넘는 영화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시아시장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영화가 아시아에서 먹히는 것은 동양인들의 문화적인 동질성 때문이다. 우리의 드라마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등 아시아시장을 휩쓸고 있지 않는가. 물론 우리영화와 미국의 거대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시아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충무로에 자금이 말랐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현재 한국영화는 아시아 시장에서 어느정도 검증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강제규 감독이 제작중인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시나리오 단계에서 해외에 선판매됐다. 이처럼 아시아 자금을 끌어들여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튜브’의 흥행성적이 저조하다.

-지금(개봉 둘째주)까지 50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봤다. 해외 판매에서 제작비의 50%는 건졌어도 앞으로 50만명이 영화를 더 봐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튜브’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국내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관대한 대접을 받는다. 국내 관객은 ‘쉬리’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에 불신이 생긴 것 같다. 이는 90년대 중반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과 비슷하다. 당시 관객들은 한국영화 자체에 대한 불신때문에 관객점유율이 15%대에 불과했다.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도 몇 년 후면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튜브엔터테인먼트는 ‘2002 로스트 메모리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등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제작하겠다는 말인가.

-9월5일 개봉 예정인 ‘네츄럴시티’도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 영화는 튜브에서 제작한 네번째 블록버스터인데 이 작품이 성공한다면 튜브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천국과 지옥을 다 경험한 제작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