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 공인회계사의 자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4 09:43

수정 2014.11.07 16:32


분식회계를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한 공인회계사가 자살한 데 이어 코스닥위원회는 기업공개를 신청한 국내 4위의 인터넷 포털업체의 예비심사를 연기했다. 이 업체의 코스닥 등록주간사를 맡고 있는 증권사와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법인은 ‘유서에 포함된 내용은 사소한 부문의 의견차이’일 것이며 따라서 ‘분식회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살한 회계사의 유서에 기업 이름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성급하게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한 공인회계사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몰아간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해당 업체가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는 ‘감사 결과에 대한 감사’인 공인회계사회의 위탁감리 결과와 해당 회계법인의 자료를 넘겨받을 금융감독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분식회계를 했다면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감사를 맡았던 회계사가 ‘(회계감사) 결론을 내리는 데 무리가 많았던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문제가 된 기업의 코스닥 등록신청이 이번이 두번째라는 점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9월 등록신청을 했다가 12월에 보류결정을 받았으며 그 넉달 뒤인 지난 4월18일에 낸 재신청에 대해 이번에 심사연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첫번째 신청 때 내린 코스닥 등록보류가 그 시점에서 기업공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이라면 넉달 뒤 재신청에서는 이를 수정 보완했음을 의미한다.
1차 신청 때 등록이 보류된 원인, 다시 말하면 기업공개 요건 미비사항이 무엇이었는지, 또 이번 재신청 때 얼마나 합리적으로 또 투명하게 보완되었는지를 비교 검토한다면 진상 규명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해당 기업의 등록심사 연기결정에 따라 창업투자사 주가가 폭락하는 등 코스닥 시장 자체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자면 무엇보다도 사안의 진상을 조속히 밝혀 시장의 불신을 씻는 데 있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두말할 것도 없고 해당기업을 비롯하여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코스닥 등록주간사는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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