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공급 늘려야 집값 잡는다 /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4 09:43

수정 2014.11.07 16:31


지난 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99년까지 주택가격은 11.6%나 하락했다. 그러나 2000년 완만하게 상승하던 주택가격은 2001년부터 급등하여 2002년에는 25.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택가격은 공급, 수요 및 정책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먼저 공급측면에서는 외환·금융위기 이후 주택건설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 위축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경기회복에 따른 소득상승과 함께 저금리와 가계대출의 확대가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는 등 투기적인 수요도 한몫을 했다.

외환·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도입된 여러가지 주택경기 부양대책도 수요를 진작시켜 가격상승을 초래했다.

최근 정부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기지역의 지정, 분양권 전매금지, 신도시건설, 재산세 인상 및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과세계획 등을 내놓았다.

외환·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부양을 위해 완화했던 분양권 전매허용의 금지와 투기지역 지정 등은 필요한 조치로 판단된다. 또한 재산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주택가격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투기억제 정책은 투기수요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인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급이 비탄력적일수록 투기를 포함한 수요증가가 급격한 가격상승을 초래한다고 한다. 99년 미시간대 스티븐 말페지 교수는 미국내 133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 분석을 통해 토지이용 규제가 강할수록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음을 입증했다. 주택공급을 늘려야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서울시의 용적률 하향조정 등 각종 토지이용규제관련 법률을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바람직한 정책이나 단기적으론 주택공급을 축소하는 법률이 일시에 시행되어 주택공급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의 탄력적 운용 및 적용시기를 6개월 정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요즘 주택가격 상승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지역이다. 이는 강남지역이 주택가격을 선도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편의시설과 교육여건 등 주거환경이 양호하고 재건축의 추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남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서울 인근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2개 신도시 건설 발표는 수도권의 균형적인 발전과 중산층을 위한 대량 주택공급의 효과는 있으나 강남의 수요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조세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 재산세의 점진적 인상은 투기억제보다는 공평과세 측면이 강하다. 또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로 주택가격을 잡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돈 있는 일부 계층이 투자를 할뿐 대부분의 국민은 관망자이고 피해자일 뿐이다.

정부는 최근 매매가격 6억원 이상인 주택에는 1주택에 관계없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가격에 상관없이 1가구 1주택에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수십년간 한집에 살아온 서민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1가구 1주택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다.

현행 양도소득세의 문제점은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아니다. 양도소득세의 명목세율은 9∼36%로 매우 높으나 실거래가격이 반영되지 않아 실효세율이 낮다는 것이다. 실거래가격을 파악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실효세율을 높이면 소기의 투기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약 38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의 흡수다. 최근 주택 및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자금을 생산자금으로 유인하는 대책과 함께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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