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외국산 잡식공룡 ‘론스타’] 부실자산 인수 차익장사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4 09:43

수정 2014.11.07 16:31


지난 4월 론스타는 98년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오던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론스타는 곧바로 2700억원의 돈을 쏟아부어 회사를 정상화시켰고 급기야 지난 23일에는 법정관리를 졸업시켰다. 법정관리를 졸업했다는 소식이 주식시장에 전해지자 극동건설 주식은 상한가까지 뛰어 올랐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정상화시킨 후 많은 차익을 남기고 팔 것은 당연하다.

론스타가 돈을 버는 방법은 대개 이런 유형이다. 부실화된 채권이나 건물 등을 싼 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팔아 넘긴다.
가히 돈버는 데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인해 우량기업이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던 우리나라 시장은 론스타에는 더 없이 좋은 먹이감인 셈이다.

이런 론스타가 드디어 경제의 심장격인 ‘은행’까지 인수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들이 한국에서 벌이는 사업의 최종 완결판이라는 평가다.

◇론스타, 전방위 투자=론스타가 건설회사를 인수한 것은 극동건설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부도위기에 처한 빌딩이나 부실채권 등을 싼 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높은 값에 되파는 정도였다.

론스타의 투자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인수작업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론스타는 이미 지난해부터 옛 서울은행 매각 입찰에 참가하는 등 은행 인수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경쟁자인 하나은행을 누르기 위해 인수가격을 높일 정도로 강력한 인수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하나은행에 밀리기는 했지만 은행 인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를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금융기관에 대한 첫 인수사례는 한빛여신의 인수. 론스타는 지난해 한빛여신을 40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서울은행 인수가 수포로 돌아가자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금융기관 인수를 발판으로 삼아 다른 금융권역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것이 론스타의 사업구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같은 사업전략 차원에서 볼 때 한빛여신은 사업 발판이 되기에는 ‘함량미달.’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노리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은행만큼 좋은 통로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계 인사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비롯, 캐피털과 리스사 등 제2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돈이 된다 싶은 투자처에는 전부 관심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이미 산업은행과 합작, 부실채권 전문회사인 KDB론스타를 설립하고 서통의 필름사업 부문을 인수했을 뿐 아니라 신한신용정보의 지분 일부도 사들였다. 또 서울 여의도 증권타운의 SKC사옥과 동양증권 빌딩 등을 매입한 후 매각하거나 매물로 내놓는 등 돈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명함을 내밀었다.

◇국부 유출 논란=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이상 이미 금융당국측과도 어느정도 의사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는 사실상 은행인수가 불가능하다는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을 모를리 없는 론스타가 금융당국과 사전협의 없이 은행 인수 작업에 나설리 만무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이미 서울은행 인수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국의 결정만 있으면 외환은행 인수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론스타가 기본적으로 투자수익만을 좇는 펀드라는 점에서 은행을 인수한 이후 막대한 차익을 본사로 가져가는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미 외환위기 당시 론스타가 ‘싹쓸이’해 간 부실채권중에는 우량채권들이 상당히 많아 그 차익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였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근 카드사의 부실채권을 대거 인수, 국부유출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도 바로 론스타다. 그래서 극동건설을 인수한 기본적인 이유가 경영보다는 1000억원대에 달하는 극동건설의 사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금융계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는 기본적으로 고수익을 바라는 해외 투자가들의 돈을 모아 수익을 창출해 내는 펀드”라며 “따라서 은행경영보다는 얼마나 빨리 수익을 거두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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