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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족찾기’를 시작하며


최근 필자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권혜란이란 30대 여성과 사연을 주고받았다.

어느날 가까운 지인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파이낸셜뉴스가 곧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했더니 파리에 거주하는 한 친구가 그곳에 사는 이산한국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e메일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사연은 흔히 있을 법한 그런 일이었다.

권씨는 파리시내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남편은 프랑스인으로 의사였다.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녀에게는 같이 지내는 남동생이 있었다. 나는 e메일을 통해 이곳 사정을 알려 주었으며 또 그녀의 사연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70년대 초 권씨는 영문을 모른채 홀트아동복지센터를 통해 동생과 함께 파리로 입양됐다. 그리곤 30여년의 세월이 지났으며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몇년 전 양부모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난 우선 한국복지재단과 홀트아동복지회, 경찰청 등에 그녀의 인적사항을 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부모는 물론이고 자신의 본명조차 모르는데다 살았던 동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입양서에는 그녀를 입양 보낸 홀트아동복지관계자 이름과 그녀의 가명(권혜란), 입양인 등이 기록돼 있었지만 부모를 찾아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이라곤 집근처에 호수(강)같은 게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머리카락을 뽑아 몇올 보내달라고 했다.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유전자추적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DNA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통하면 사진이나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도 잃어버린 가족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방법도 부모의 DNA가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등재돼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등재될 수도 있으므로 그녀의 것을 등재해 놓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머리카락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곤 e메일도 끊어져 버렸다. 의아하게 생각해 친구를 통해 사정을 알아보니 동생이 극렬하게 반대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됐다. 동생도 30대의 나이인 만큼 혈육이 그리울 거라 추측했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동생이 왜 반대하는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자식을 버린 부모를 지금 와서 찾아 무엇하느냐’는 것이었다. 비감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작고한 사랑의전화 복지재단 회장 심철호씨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생전에 열정적인 사회복지활동을 벌여온 그는 그 일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부모보다 자식들을 설득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어린 자식을 버린 부모를 용서하기 쉽지 않은데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상봉 케이스가 자식이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했다. 권씨 동생도 그런 케이스였던 것 같다.

전국에서 자신의 피붙이인 가족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료에 따르면 한해에 4000여명에 이르는 미아를 비롯해 가출 청소년, 실종 노인·주부 및 지체부자유자, 해외입양아 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상처받은 영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한국방송공사에서 시행했던 이산가족찾기행사가 전국민을 울렸던 것은 그만큼 이산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입증해 준 예다.

본지에서는 잃어버린 가족·친지들을 되찾게 해주고 연결시켜주는 ‘잃어버린가족찾기캠페인’을 창간 3주년 기념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크게 보는 세상, 우리 이웃 돕는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 행사는 보건복지부, 한국복지재단이 후원한다.

가족을 잃어버린 고통에서 해방되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토록 도와주는 것은 단순한 휴머니즘을 벗어나 인간의 삶과 행복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잃어버린 가족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아무리 강조된다 하더라도 민간활동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민간활동은 정부기관으로서는 할 수 없는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상자의 자존심을 유지시키고 복지의식과 사회연대의식을 갖게 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

본지는 매주 1회(월요일), 잃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사진과 인적사항, 실종 이유, 특징 등을 게재하며 아름다운 사연을 발굴, 취재하고 있다.
더불어 본지홈페이지에도 지속적으로 게재하여 검색창을 열면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를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하였다. 이 캠페인이 정착되어 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

/주장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