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라는 게 회사이익을 위해 있는거 아닙니까. 뚜렷한 대안없이 무작정 반대만하니 참 답답하네요”
24일 밤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승인을 놓고 무려 9시간에 걸친 격론을 벌이고도 결론을 맺지못하자 하나로통신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이사회의 승인 유보 결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사회에서는 일단 승인이 나고 다음달 있을 주총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자유치 반대입장을 내비친 대주주 LG그룹이 이사회에서는 승인을 하고 주총장에서 결론을 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LG그룹측은 승인유보라는 ‘정치적 결정’을 이끌어내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LG측은 우선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지않고 최근 시가 수준과 비슷한 주당 3000원에 신주를 발행, 이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넘기는 것은 ‘헐값매각’”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의 기업가치 평가를 담당했던 한 투자자문사의 자료를 보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자료에 따르면 통신업종 평균 EBITDA(법인세,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비율을 적용할 경우 하나로통신의 주당 가격은 2200원선. 오히려 가격을 후하게 쳐준 셈이다.
또 국가기간통신회사의 경영권을 외국인에 넘기는 것은 심각한 국부유출이라는 게 LG측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외자유치가 침체에 빠져있는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외자유치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LG측이 내세우는 명분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LG의 진짜 속내는 외자유치를 무산시켜 하나로통신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후 변칙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하나로통신 노조는 경영상 취득한 비밀정보를 흘려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며 LG측 남영우 사외이사를 업무상 배임책임을 물어 법적대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젠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에 반대한 만큼 이를 대신할 뚜렷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외자유치를 무산시켜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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