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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 여보게들∼ 쉬어가게나


■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토마스 호헨제 지음/시아출판사)

우리에게는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성공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진실로 원하면 이루어진다’, ‘자신의 성공은 오로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등의 성공신화 말이다. 우리는 이런 신화를 접하면 한없이 작아지면서 ‘나는 역시 안돼’라는 좌절감을 맛보곤 한다.

그러나 이젠 시각을 좀 달리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어떤 일을 꼭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과연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런 잘못된 성공 신화에 대해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고 살지는 않았는가.

독일의 인지행동치료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토마스 호헨제는 저서 ‘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홍순철 옮김)에서 성공 일반론을 강하게 부정한다. 저자는 부지런히 일하는 ‘성실맨’은 일의 중독이란 함정에 빠진 나머지 건강이나 사랑을 잃기 쉽고, 결국에는 성공조차 저만치 달아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사 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저자는 첫머리부터 이 세상의 게으름뱅이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성공한 모든 사람이 ‘반드시’ 부지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너무 부지런한 사람은 절반쯤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데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저자는 게으름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당당히 우리의 게으름을 인정하라고 설득한다. 게으름뱅이라고 하지만 실은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며, 게으름이 문제가 아니라 성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질타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주장하는 성공전략은 엄청 단순하다. 전설이나 동화,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꼭 성취해야만 하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 이렇듯 너무나 분명하고 단순해서 단 몇 분이면 끝날 것 같은 이야기에 크고 작은 파국들이 끼어들기 시작해 주인공은 함정이나 모략에 빠지고 마침내 주인공은 약간의 상처를 입고 목표에 도달해 행복한 미래를 살아간다는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목표를 세우고, 동기를 부여하고,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5단계 성공방정식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루 종일 쉴새없이 움직이는 사람들도 이 단계를 거쳐야 하고, 느림의 철학을 쫓는 게으름뱅이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만약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면 게으름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떤 분야의 영화를 1년에 몇 편 정도 찍고 싶은지, 돈은 얼마나 벌고 싶은지,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누구와 연락을 취해 볼 것인지, 연기학교에 다닐 거라면 어느 학교에 얼마 동안 다닐 계획이고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첫번째 영화에는 언제쯤 출연하고 싶은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을 하고 싶고, 어느 나라에서 영화를 찍고 싶은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두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뜬구름 잡는식의 성공전략을 내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게으름뱅이가 목표에 도달하는 5가지 단계’는 누구나 일상의 작은 목표에 적용해 볼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성공’은 몰라도 자신이 원하는 ‘행복’은 분명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