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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기자의 Movie inside-해적판 예방 백태] 시사회장 가방 금지…


뻐꾸기는 자신의 둥지를 틀지않고 다른 새의 둥지를 이용한다. 검은 딱새, 개개비, 휘바람새, 할미새 등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새들을 숙주새라고 한다. 뻐꾸기는 숙주새 부부가 알을 낳고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잽싸게 날아가 숙주새의 알을 하나 치운 다음에 자신의 알을 한개 낳는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은 겨우 10초. 뻐꾸기의 알은 숙주새의 알과 거의 차이가 없고 단지 알의 크기만이 조금 더 클 뿐이다. 게다가 뻐꾸기 새끼는 부화 후 1∼2일 사이에 같은 둥지 안에 있는 숙주새 어미의 알과 새끼를 등에 얹고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뻐꾸기’같은 심보로 남의 영화를 거저보려고 하는게 바로 ‘해적판’이다. ‘해적판’이란 외국의 저자 및 출판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복제한 것을 말한다. 보통 해적판 영화는 누군가 캠코더 등을 이용해 극장에서 찍어 인터넷에 올려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거나 이것을 불법 DVD로 제작해 싼 가격에 유포한다. 이는 몇 천억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수익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해적판의 확산을 막기위해 배급사들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비방디유니버설이 제작한 영화 ‘헐크(Hulk)’의 해적판이 돌고 있어 배급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0일부터 미국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되고 다음달 2일에 프랑스에서 선보일 예정이지만 이미 인터넷에 해적판이 유포됐다. 이에 국내 배급사들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해적판 유포를 막기위해 노력한다.


지난 4월 영화 ‘엑스맨’은 개봉 바로 전 일반 극장이 아닌 배급사 시사회실에서 시사회를 진행했고,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가방을 극장 밖에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가 나중에 찾는 방식을 택했다. 또 시사회 날짜를 극비에 부쳤던 영화 ‘미녀삼총사-맥시멈스피드’는 아예 공항에서 봄직한 보안검색대까지 설치하고 가방을 일일히 확인하는 수고까지 했다.

올해만도 터미네이터3, 헐크 등 여름을 겨냥한 굵직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시시회 때 가방을 열어 제끼는 일이 언제쯤이면 사라질까.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