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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화제-탐욕의 실체] 돈앞에 무릎꿇은 엔론의 진실

장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6 09:43

수정 2014.11.07 16:27


■탐욕의 실체(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영진닷컴)

지난 2002년 한해동안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는 전세계인의 조롱속에 참담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추악한 분식회계 수법과 통제되지 않은 기업윤리들은 청교도적 이념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미국시장을 한낱 ‘빗좋은 개살구’로 전락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 파문의 중심에는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이 있었다.

전직 엔론사의 재무담당 직원이던 브라이언 크루버는 ‘탐욕의 실체’에서 입사 후 파산하기까지 1년여 동안의 직장 경험담을 담아 정부, 시민, 애널리스트, 투자자 그리고 동료 직원들까지 속이며 보내야 했던 어두운 과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크루버가 밝힌 엔론의 부정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은행돈이 필요한 엔론은 고위 경영진 중 한 명으로 하여금 위장 계열사를 만들게 하고, 그 기업으로 하여금 대신 돈을 빌리게 한다.
엔론은 위장 계열사에게 뭔가를 파는 것처럼 꾸며 위장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마음껏 빼내 쓴다.”

그는 또 기업뿐만이 아닌 회계법인들의 도덕성도 엔론사태를 계기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문학적인 경영자의 보수, 상식밖의 비용설계, 무분별한 기업연금 등은 ‘자본주의의 경찰’인 회계법인들이 앞장서서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 저자는 회계법인들의 이러한 ‘수수방관’으로 기업들은 양심을 잃고 더욱 타락해 갈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한다.


청교도적 기업윤리의 정신을 자랑하며 IMF(국제통화기금)를 앞세워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이라는 잣대로 후진자본주의 국가들을 무자비하게 채찍질했던 ‘주식회사 미국’은 엔론이 상징하는 ‘탐욕’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셈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눈을 부릅뜨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가 끊임없이 기업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것만이 투자자와 직원 모두를 공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그는 덧붙였다.

/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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