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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흔들리는 美 자동차업계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6 09:43

수정 2014.11.07 16:27


판매부진을 우려한 자동차 회사들의 치열한 판촉 경쟁이 이번엔 자충수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봄 전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지갑닫기에 대비해 실시한 자동차 회사들의 후한 인센티브가 이번엔 경영부실이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최근 경기 추세를 들어 앞으로도 ‘인센티브 정책’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최근의 경영 악화를 하반기에는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인센티브 자충수의 첫 경보음을 울린 곳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이 회사는 현금 리베이트에 0% 이자율이란 공격적인 인센티브 영향으로 2·4분기 영업 손실이 1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이슬러가 판매 차량 1대당 제공한 인센티브 평균 액수는 4400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40%나 높아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개리 딜츠 판매담당 사장은 “판매 실적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양호했지만 인센티브 강화에 따른 예상 판매량에는 못 미쳤다”면서 “딜러마다 재고량이 급증한 상태”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증권은 이와 관련, 크라이슬러의 투자등급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최근 하향 조정했다. UBS워버그증권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으며, 크라이슬러의 경우 GM이나 포드보다 이들 차종이 차지하고 있는 수익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GM의 경우 처음 3000달러 리베이트를 실시키로 했으나 최근에는 4000달러로 현금 리베이트를 올리는 등 더욱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경영 등으로 인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증가했으나 출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드 역시 다채로운 인센티브를 실시하고 있지만 5월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해 오히려 0.7% 감소, 경영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GM이나 포드측 관계자들은 “현재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감세안으로 하반기에는 소비가 촉진되어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재고량이 급증하자 생산량 줄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4분기에도 생산량을 12% 줄였던 GM은 3·4분기에는 6%를 다시 감축할 계획이다. GM의 폴 볼류 미국시장 분석가는 “인센티브 강화의 약발이 조금씩 떨어져 가고 있어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러나 경쟁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실제 자동차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 역시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3·4분기 생산량을 15% 대폭 줄일 방침이다. 번햄증권의 데이비드 힐리 분석가는 “예전 같으면 최근 수준의 인센티브가 월 1800만대의 신규 수요를 창출했겠지만 지금은 1600만∼1700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산량의 감축은 회사 수익에는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현재 업체들은 조립공장에서 자동차가 배송되는 시범에 판매수익으로 계상하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는 직접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따라서 일정 기간은 적자의 심화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일본과 유럽 회사는 비교적 느긋한 상태다. 판촉 경쟁에 나선 도요타는 아발론 캠리 등 인기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를 감행했고, 혼다는 시빅 구입자에게 1.9%의 이자율을 적용했다. 또 BMW도 2.9%의 이자율과 월 리스료를 대폭 낮추는 등 인센티브 경쟁에 나섰지만 그래도 타격은 덜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한국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5월중에도 크게 약진했으며 기아차도 전체 판매는 줄었으나 세도나와 쏘렌토가 효자 종목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자동차의 5월 한달 실적을 보면 현대는 모두 3만654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5% 늘었으며, 기아는 2만2790대로 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는 특히 싼타페의 판매량(1만467대)이 무려 54%나 급증하면서 1위 판매 차종을 지켜갔고 쏘나타 티뷰론도 각각 17%와 14% 등 두자릿수 판매증가를 기록했다.
현대측은 “품질과 성능 향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차종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여름 성수기 판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아의 경우 인기 미니밴 세도나가 55.1%(5322대), SUV인 쏘렌토는 이 기간에 4171대가 팔리면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쏘렌토는 자동차 조사기관인 스트라직 비전사가 선정한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부문에서 도요타의 4러너와 함께 2003년도 소비자 품질 만족상을 공동수상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헌석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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