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신한·조흥銀 ‘勞-勞’ 정면충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6 09:43

수정 2014.11.07 16:27


지난 22일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지주와의 합의로 극적인 타결을 맞았던 조흥은행 매각문제가 노조간의 감정싸움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우려했던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합병 전부터 어긋나면서 노(勞)-노(勞) 갈등은 매각 절차 마무리 후에는 물론, 3년후 합병 추진시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신한은행 노조 포문 열어=그동안 협상에서 배제된 채 한발 물러서 있던 신한은행 노조는 ‘조흥은행 직원의 선(先)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통합명칭으로 ‘신한’을 고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조흥은행 노조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건희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노조원 2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한은행 지키기’ 촛불시위를 갖고 “신한은행 노조 동의 없는 조흥은행과의 합병에 결사 반대하며, 합병하더라도 ‘신한’이라는 브랜드를 꼭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위원장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도 “신임 조흥은행장에게 합병 전에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합병을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흥노조의 반격=신한은행 노조가 노·사·정 합의를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조흥은행 노조도 반격에 나섰다.

조흥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노동운동이라는 대의에 부합되지 않음은 물론 조흥은행 직원의 희생을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이용하겠다는 조직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내 게시판에도 신한 노조를 성토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조흥은행 한 직원은 “준엄하고 엄숙한 의미가 담긴 촛불 시위를 자신들 밥그룻 지키기에 이용한다면 국민적 반감을 일으켜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너지 창출에 의문=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치면 자산 150조원의 국내 2위의 은행이 된다. 더욱이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조흥은행의 수익성과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것이 경쟁 은행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그러나 노조간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벌써부터 양측의 ‘화학적 결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합병 전부터 시끄러운데 합병 뒤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합병을 하면 직원간 화합이 가장 어렵고 가장 더디다”며 “특히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과거부터 ‘직원 빼가기’로 앙금이 많아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