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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공덕5구역 시공사 선정


재개발 수주시장이 과열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건설업체와 조합원간 금품 수수설이 나돌고, 조합원 총회가 파행으로 치러지는 등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 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공덕동 ‘공덕5구역’ 조합원총회가 파행으로 치러져 향후 조합원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공덕5구역의 한 조합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면결의서를 작성한 조합원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총회 현장에선 조합원의 통장사본과 주민등록증 사본이 수 십여장 발견돼 한 때 총회장이 술렁였다. 조합원 K씨는 “특정회사에 표를 던지면 현금을 출금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돈을 제공했다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대질신문을 할 용의까지 있다”고 말했다. 삼성관계자는 “경쟁사인 LG건설이 다른 사업장에서 홍보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오전 기자가 삼성의 재개발 담당 상무의 휴대전화로 6차례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총회 파행 진행=삼성물산 건설부문과 LG건설이 맞붙은 공덕동 공덕5구역 조합원총회가 시공사 선정 투·개표 과정에서 득표수 조작의혹과 경호를 담당한 용역업체의 조합원 투표 방해 등으로 ‘난장판’으로 돌변했다. 총회 도중 조합원이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고, 정식 조합원의 회의장 입장까지 방해해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특히 일부 조합원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조합원 수십여명도 총회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호업체 직원들에 의해 봉쇄됐고, 총회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끝났다.

총회에 참석했던 조합원 J씨는 “조합추진위측이 총회 시작 때 서면결의서가 아닌 투표에 의해서만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과는 서면결의서를 포함해 삼성이 131표, LG가 128표를 얻어 삼성을 시공사로 정하고 총회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서면결의서 80표를 포함해 131표를 얻었고 LG는 서면결의서 1표를 포함해 128표를 득표했다. 서면결의서를 제외한 실제 투표수는 LG와 삼성이 각각 127표와 51표를 얻었다.

LG건설 관계자는 “LG가 제출한 서면결의서가 누락되는 등 투표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법적인 검토를 거쳐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 반응=이날 총회에 참석하려던 조합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행까지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격분한 조합원들은 “정당한 권리를 지닌 조합원들의 총회 참가를 왜 가로막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현장 인근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출동했으나 이들 역시 총회장 입장이 가로막히는 등 공권력도 속수무책이었다.

조합원 J씨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패찰을 빼았고 투표용지를 찢어버렸다”며 “조직적으로 반대조합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분개했다.

조합원 L씨는 “분명히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는데, 총회장에서 확인해 보니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어 이의를 제기하자 강제 퇴장당했다”며 “상당수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를 조합추진위가 사전에 빼돌린 증거”라고 주장했다.

실제 시공사선정 투표 결과 삼성측의 서면결의서는 80개가 제출된 반면 LG건설 쪽의 서면결의서는 미리 제출한 204개 중 단 1개만 유효처리 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조합추진위측의 ‘날치기 통과’ 작전에 말려 투표에는 이기고 개표에선 졌다”며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수주시장 혼탁 양상=최근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치열한 이유는 더 이상 ‘먹을 떡’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수주가 급격히 줄고 단독 입찰이 늘면서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주전에서 떨어지는 회사는 수 십억원의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어 시공권을 따내려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비방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 이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