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우려되는 제조업 공동화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6 09:44

수정 2014.11.07 16:26


지난 25일 민주노총의 시한부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됐다. 오는 7월2일부터는 현대자동차를 비롯, 금속산업연맹 산하 노조가 전면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다. 매년 홍역을 치르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만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노동계의 ‘연쇄파업’ 움직임에 제동을 걸 만한 힘이 우리 사회 어디에도 없다는데 있다.정부는 노사간 쟁점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며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루가 중요한 기업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노조의 임단협 요구사항이 개별사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하소연해 봐도 소용없다. 주40시간 근무제 입법화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조의 경영참여 등 정책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협상테이블에 갖고 나온 주제와 관심들이 서로 다르니 협상이 안되기 마련이다. 이번 노동계의 파업투쟁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의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현대차 노조의 파업찬반투표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으며, 같은날 저녁 부산, 대구, 인천지하철노조 파업 참여율도 저조한 것은 이를 웅변해줬다.

어쨌거나 노동계의 극력투쟁은 국내 기업의 해외이전,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기피를 자초할 뿐이다. 이러다간 정말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 공장의 연평균임금은 2200달러로 국내 공장의 3만달러에 비해 14분의 1에 불과하고 노사문제도 우리처럼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경련도 우리나라 산업의 해외이전이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전돼 2007년 이내에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노사간 대립적 관계로 소모전을 펼 때가 아니다. 힘을 합쳐 앞만 보고 달려도 살아남기 힘든 시기다.법과 원칙속에 대화를 통해 얽혀져 있는 실타래를 차분하게 풀어나가야 한다.어는 한 쪽이 세게 당기면 실타래는 더욱 꼬여 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정부도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서, 노·사·정간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노사간의 문제니까 노사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했다가는 호미를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우(愚)를 범할지 모른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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