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계 금리인하 신축적 대응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7 09:44

수정 2014.11.07 16:25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초 기준금리를 반세기 만에 최저치인 2%로 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25일 0.25%포인트 낮춤으로써 4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에 머물고 있다. 홍콩·노르웨이·폴란드·체코 등도 뒤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나섰다.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부진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세계 경제가 불투명한 지금 금리인하를 통해 자국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금리인하 경쟁이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초 예상했던 올 상반기 세계경제 회복이 물건너갔고 하반기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CB가 7월에 금리를 재차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경제의 중심인 독일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불황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여기에 영국·호주 등도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8월에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리인하 속에서 우리 경제의 연착륙 유도를 위한 금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성장률이 기대와는 달리 밝지 않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4%대 달성은 어렵고 오히려 예상 외로 악화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일부 외국계 기관의 경우 2%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실사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중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우리 금융정책이 상당히 경직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될 경우 콜금리 인하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하반기 경기회복론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당장 미국 금리인하가 달러화 약세 기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 국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신축적인 금리정책 운영으로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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