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게임산업개발원 ‘업무유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7 09:44

수정 2014.11.07 16:24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오히려 게임개발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최근 한 게임업체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개발원이 개발을 방해한다니. 농담처럼 받아넘기려 했지만 이 말은 사실이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문화관광부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지난 2년간 40억원을 들여 중소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베타테스트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크로세스’라는 온라인게임 사이트와 서버 등 필수 인프라를 중소 개발업체에 지원해 게임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의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게임개발자는 거의 없다. 사이트만 만들어 놓고 홍보에 무신경한 바람에 찾는 고객이 없어 개발자들이 모두 외면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많은 영세 개발업체들이 개발한 게임을 무료로 테스트할 수 있는 이 시설을 찾았다.
그러나 이용한 업체들에 돌아온 것은 참담한 실패뿐이었다.

온라인게임 베타테스트는 일반 패키지용 게임과는 달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접속하느냐가 생명이다. 따라서 인프라 구축보다는 많은 이용자가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홍보가 더 중요하다.

영세업체들의 신작게임에 대해선 마케팅이 지원돼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은 “우리는 발전적인 시설을 지원해 줄 뿐 마케팅이나 홍보는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 쪽에서 좋은 인프라를 제공했으면 됐지 뭘 더 하란 말이냐는 투다.

정원장은 또 “크로세스를 실제로 런칭시킨 것은 올해이니 올해안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매우 궁금하다. 연말에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엔 어떤 변명이 나올지.

국내 게임업체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사업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전망이 밝은 것은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꿈을 키우고 있는 많은 젊은 사업가 때문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했다면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사전에 충분히 모색됐어야 했다.
게임산업개발원은 지금이라도 개발자들에게 진정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기 바란다.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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