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전자주민카드 재추진 신중해야 / 전창호 한양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30 09:44

수정 2014.11.07 16:20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는 몇달째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날이 가도 행정업무의 효율이 우선이냐 개인정보와 인권의 보호가 우선이냐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두 갈래로 갈라진 주장은 팽팽한 대립을 허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년 전에 정부가 보류한 적이 있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민간 조직이 주축이 되어 재추진한다고 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댕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지 않던가. 행정효율을 기하고 국민편의를 제공한다는 장점과 개인정보와 인권의 침해 소지가 보이는 중대한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NEIS와 전자주민카드는 유사한 면이 있다. 그렇다 보니 NEIS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들려오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재개 소식은 또 한번의 논쟁과 분열의 소용돌이를 몰고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1995년 처음 추진 계획이 세워졌다가 1998년 전면 보류 결정이 내려졌던 당시의 전자주민카드 시행안은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강한 반대운동에 부닥쳤었다.
카드의 분실이나 고의적인 접근으로 인하여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과 전체 국민의 개인정보가 집중관리 됨으로써 국민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그러한 우려의 눈길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NEIS 사태 덕분에 개인정보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이 더 넓혀졌다. 즉, 개인정보를 단순히 숨기고 감추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던 소극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서 수집과 보관, 이용, 열람 등의 절차와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포괄적인 정보인권의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궁극적으로 교육경력, 재산정보, 의료기록 등 개인에 관한 온갖 정보를 다 기록하게 될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이라면 국민들이 순순히 찬성하리라고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전자주민카드의 시행이 일단 나아가야 할 길이라면 우리는 작금의 NEIS 사태를 교훈 삼아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인권의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는 정보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토양임을 재인식하고 1차적으로 정부가 그것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사적권익의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였고, 그외 관련 법규를 통하여 개인정보의 무단 유통도 금지하고 있다. 또, 정부 산하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전담기관을 설치 운영하고있다. 바로 지난 3월에는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꾸준히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그러나 엄중한 시행과 단호한 처벌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그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두번째로 인식해야 할 것은 개인정보 보호는 영원히 끝낼 수 없는 숙제라는 점이다. 아무리 강한 법이 있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방패를 내세워도 완전한 정보보호는 장담할 수 없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 침해 기술도 발전하게 마련이며,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의 윤리 수준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에 기록된 개인정보의 노출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전제하고 그만큼 기록할 개인정보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세번째로 NEIS 사태의 근본 원인은 중대한 국가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중심의 현장 사정을 도외시한 추진절차에 있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추진해 나가는 과정 중에 이용자, 즉 일반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 것인지 이해를 시키면서 우려를 씻어주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록할 정보의 범위나 단계별 시행 전략 등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때 국민들의 공감을 구해 나감으로써 사후에 논란을 일으킨 NEIS의 전철을 밟지 말고 실용적이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전자주민카드를 실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전창호 한양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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