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레드 넥, 현대車와 앨라배마 / 김동률 ㈜보나엠 경영고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02 09:45

수정 2014.11.07 16:16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이 연일 화제다. 공장부지 제공을 위해 주헌법까지 고쳤다는 소식부터 어린아이를 둔 한국인 직원을 위해 현지 초등학교에서는 앞다투어 영어프로그램(ESL)까지 마련했다고 야단들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미흡하다, 아니다를 두고 논쟁중인 국내 실정에 비춰 앨라배마주의 파격적인 기업지원에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유치를 위한 주정부의 호의로 단순화하기보다는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하고 많은 주중에서 현대는 왜 남부주를 택했고 또 하필이면 흑인인권운동이 일어난 앨라배마일까.

미국에서 남부는 위도상으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말을 넘어서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노예해방, 남북전쟁 패배 등으로 인한 북부, 즉 양키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북부사람들(양키)은 남부백인을 일컬어 화이트 트래시(white trash), 레드넥(red neck), 남부의 여러 주들을 일컬어 백워드 스테이츠(backward states) 또는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 비웃는다. 가난하고 덜 떨어진 백인, 하느님만 찾는 등 기독교에 대한 남부인들의 맹신 등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남부인들의 양키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또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미국 남부의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세미나 중 뉴욕 타임스지의 기사를 인용하다 양키신문을 인용하지 말아달라는 일부 참석자들의 항의에 당황한 기억도 있다.

불과 195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남부는 북부에 값산 원료를 공급하고 그 가공품을 비싼 값으로 되사는 전형적인 식민지형 경제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서적, 문화적으로 북부에 대해 우월주의에 취해 있던 남부로서는 무척 자존심 상하는 경제구조였다.

남부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해 자체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부터였다. 가난에 찌들린 남부의 주지사들이 북부 주지사 사무실에 찾아가 투자를 읍소한 결과가 서서히 빛을 본 시대다.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남부의 평균소득은 북부보다 거의 갑절 증가했으며 인구유입 또한 전국 평균치를 훨씬 넘었다.

남부의 이같은 발전을 뒷받침한 것은 일본기업이었다. 남북전쟁 패배, 노예해방, 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몰락, 가난에 찌들려 살던 남부주들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기업세율을 아주 낮게 책정하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정책을 폈다.

닛산자동차가 위치한 테네시의 경우 주정부가 부과하는 소득세조차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종업원들은 다른 주에 비해 실제소득이 많았다. 도요타가 위치한 켄터키나 BMW가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는 한술 더 떠 테네시를 능가하는 파격격인 세제혜택을 외국기업에 안겨줘 주변의 다른 남부주들조차 놀라게 했다.

게다가 남부의 모든 주들은 반노조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켄터키주를 제외한 모든 남부주들은 일할 자유가 보장된 법이 있는 주(right-to-work-law state)들이다. 일할 자유가 보장된 법이라는 것은 노조가입이 자유인 소위 오픈 숍(open shop) 제도로 미국의 50개중 절반 정도인 24개주가 채택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남부주들이다.

일찍이 수많은 춘투를 경험한 일본기업들은 노조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 법이 있는 주를 택해 주로 투자를 해 왔다. 순종적인 노동자들 역시 외국기업들에는 매력으로 보인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남부인들의 부지런함과 기독교에 대한 열성(bible belt)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남부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흑인을 차별하는데 열심이어서 동양인을 차별할 겨를이 없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흑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심하고 점차 비슷한 종류의 차별이 동양인에게 옮겨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남부에 진출한 일본인들은 백인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아왔고 아담한 체구의 겸손한 귀족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그 또한 예전과 같지 않다고들 한다.

현대자동차의 앨라배마 진출에 대한 주정부의 정책에 너무 좋아할 것은 없다.
그들의 이해에 맞아떨어진 결과 일뿐이고 이같은 호의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의도된 호의에 너무 냄비처럼 들끓지 말고 미국 남부에 대한 문화적 이해(cross cultural)를 넓히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미국사회에 존경받고 대접받는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나길 기대해 본다

/김동률 ㈜보나엠 경영고문, 매체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