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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온고지신] 삼성, 나라를 위해 천재 키운다


삼성은 지금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붇고 있다. 한 국가나 기업의 인재 수준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21세기에도 초일류 기업 삼성의 깃발을 세계 곳곳에 꽂기 위해서다.

삼성은 지난 10년간의 신경영이 양(量)을 질(質)로 바꿔 경영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1년, 5년, 10년 후를 대비해 일류 인재를 찾고 일류 인재를 키우는 인재경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대명제를 한국경제에 던지고 있다.

그럼 삼성이 21세기에 인재경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 무대에서 국가간의 경쟁사를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총·칼로 싸우던 19세기 무력전의 시대가 20세기에는 자본과 기술이 무기가 된 경제전쟁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사람의 머리, 즉 두뇌로 싸우는 두뇌전쟁이 되었다.

경제전쟁에는 1등도 있고 2등, 3등도 존재할 수 있지만 두뇌전쟁 시대에는 모든 지식과 정보가 1등에게 모이게 된다고 삼성은 내다보고 있다. 강자는 더 강해지고 약자는 더 약해진다는 의미다.

이건희 회장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사과나무를 키워야 한다”면서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를 제2 신경영의 핵심으로 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건희 회장의 천재 경영론=이회장은 “21세기는 한 국가나 기업의 인재 수준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며 인재를 어떻게 찾아내고 키워 두뇌 경쟁력을 높이느냐 하는 것이 국가나 기업의 장래를 가늠하게 되는 교육 전쟁의 시대”라고 계열사 사장들에게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몇년 전부터 5년, 10년 후에 우리나라가 무엇을 먹고 살아나가야 할지를 줄곧 고민해 왔지만 바로 이거다 하는 것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세상의 흐름이나 기술발전이 너무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고 키워야 겠다는 것이다.”

이회장이 며칠씩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와 삼성의 활로를 고민하면서 찾아낸 결론이다. 이회장의 인재경영이 태어난 근원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가 5년, 10년 후에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국 같은 나라들이 못 쫓아오는 첨단 산업을 빠른 시일 안에 찾아내고 키워야 한다”고 지난달 5일 ‘신경영 선언 10주년 기념’ 사장단 회의에서 또 다시 강조했다. 이회장은 이 자리에서 “첨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수한 이공계 두뇌가 많아야 하고 천재급 두뇌가 앞에서 끌어 줘야 한다”고 자신의 천재론을 설명했다.

이회장은 전체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도 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1만달러에서 멈춰선 지 8년이나 되었다. 95년에 1만달러 언저리까지 갔다가 IMF 외환위기 때 7000달러로 추락했다. 지난해 말 겨우 1만달러을 회복했지만 집단이기주의가 확산되고 노사문제가 빈번해지는 ‘마(魔)의 1만달러 시대 불경기’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국경제 현주소를 진단한다.

이회장은 사람이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식주라고 할 수 있는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먹고 입는 것은 해결되지만 집 문제는 100% 해결이 안되고 이것 때문에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실제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이 시기에 사회 갈등이 많아지고 노사 문제로 시끄러웠다. 일본의 경우 1만달러 시대까지는 춘투가 심각했다. 1만5000달러가 되면서 춘투가 잠잠해지고 2만달러 시대가 되면서 사회가 안정됐다.

“일본은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가는데 6년밖에 안 걸렸다. 그런데 왜 우리는 8년씩이나 제자리걸음인가. 일본보다 땅도 좁고 시장도 작고 자본도 적은 우리가 유일한 경쟁력인 인재를 키우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재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이회장의 천재 경영론의 핵심이다.

◇천재의 역할은 무엇인가=“천재, 우수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나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는 것이 이회장의 신념이다. 급변하는 21세기 경제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천재급 두뇌를 많이 확보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는 의미다.

이회장은 그래서 지금은 컨베이어 벨트에 수십명, 수백명이 매달려 물건을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천재급 인재 한 사람이 제조공정 전체를 대신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빌게이츠가 소프트웨어 하나를 개발하면 1년에 수십억달러를 간단히 벌어들이고 수십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빌게이츠라는 천재 한 사람이 세계 최고의 지식기업을 만들었고 인류의 생활 판도를 바꾼 것이다.

100년 전에는 수십만, 수백만명이 왕과 귀족을 먹여 살렸지만 지금은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 수백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는 최근 한 일간지에서 “빌게이츠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나 빌게이츠가 있었겠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분방하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 경쟁에서 이긴 만큼의 대가가 확실히 따르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천재가 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우리 나라에도 천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고 수만명,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영재를 키우는 교육도 우리 사회의 평등정서와 위화감 때문에 제대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은 사립학교에서 천재급을 키우고 이것도 모자라 이민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이공계 두뇌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것이 국력의 차이로 나타난다.”

◇나라에 헌신하는 천재 육성=이회장은 두뇌경쟁의 시대를 대비해 ▲변화를 리드해 갈 수 있거나 ▲표준을 만든다든지 새로운 공정을 개발할 수 있는 천재급 인재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계열사 사장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회장은 천재급 인력 확보를 위해 “러시아, 중국, 인도 등에서 최우수 이공계 상위 3% 이내의 인재를 적극 유치하라”는 지시를 사장단에 내렸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 국가들은 기초 과학기술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인구를 감안할 때 상위 3% 이내 수준이면 천재급 인재가 될 수 있는 ‘옥’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이런 천재급 인재가 확보되면 삼성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미래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회장이 미래 핵심사업과 관련, “세계 일류 상품을 50개 이상 늘리면 미래 주력사업도 자연히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천재급 인재를 통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한국이 앞으로 5∼10년 후 먹고 살 수 있는 사업영역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삼성은 이를 위해 사장단을 중심으로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는 ‘S’급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미 종합기술원 등에 러시아, 중국, 인도 출신 우수인력을 50여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삼성이 지난해에 장학재단을 만든 것도 빌게이츠 같은 천재를 찾아서 10년, 20년에 걸쳐 육성해 보겠다는 뜻에서 한 것이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상이 자유롭고 생각이 기발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지금껏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장 눈앞의 사과파이를 더 키워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 사과나무를 심어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얻겠다는 생각이다.


이회장은 “이들을 키워 삼성에서만 쓰자는 것도 아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활용해서 나라 전체의 힘을 키워 보자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 조건없이 유학을 보내는 것이고 유일하게 조건으로 내건 것이 10년, 20년 후에 세계 어느 곳, 어떤 분야에 있든지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