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선진국으로 가는 길 / 강호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07 09:46

수정 2014.11.07 16:07


그동안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 현장에서의 불법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우리나라가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한지 8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직까지 1만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그러한 우려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들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와 분배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출발한 우리 정부가 성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성장이 수반되지 않는 분배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과거 남미 국가들이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가 국제적 안목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며,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action plan)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 자신이 먼저 국제화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며 아직도 국제화와 개방에 대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많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수출과 해외투자로 세계시장을 개척하여 교역량 규모로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지 않은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이를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분명한 원칙이 없이 단기적인 성과 달성이나 일시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다면 정부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의 구현에 대하여 분명한 원칙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하에서 카드사들은 신용이 검증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하여 신용불량자 양산과 카드채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일련의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이 결여된 대처방식은 앞으로의 노사간 갈등 해소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 여론의 향배에 따라 지나치게 흔들리는 경우에는 우리 정부의 신뢰도가 대내외적으로 크게 하락할 수가 있다.

셋째,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가치위주의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투명하지 못한 경영, 그리고 수익성보다는 외형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파괴시키는 경영을 해온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목격해 왔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소액주주의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각종 개혁적인 조치에 수동적으로 이끌려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경영을 정착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룰에 의하여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며 우리가 결과의 평등에 집착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1세기의 한국 사회가 하향평준화나 결과의 평등을 선호하는 국민정서에 발목을 잡혀서는 결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정서를 이유로 그동안 실시해온 교육의 평준화 정책은 이미 낡은 시대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우리 사회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교육의 공급자인 정부와 교사들의 입장에서 폐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의 양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과거에 우리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다.
이 새로운 길에 들어서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신을 신어야만 한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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