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우리말 클리닉] ‘간하다’와 ‘맛내다’의 차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10 09:47

수정 2014.11.07 15:59


“…콩나물 숨이 죽으면 두부를 넣고 새우젓, 다진마늘,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한다.”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두부새우젓국끓이기에 실린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을 한다’는 ‘맛을 낸다’ 정도로 고쳐야 한다. ‘간하다’는 여러 가지 맛가운데 ‘짠맛을 내다’라는 의미로 써야 한다. ‘간’이란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인 소금, 간장, 젓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또 음식물의 짠 정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간을 넣는다, 간을 한다, 간을 본다, 간을 맞춘다… 등으로 활용된다.

‘간하다’란 ‘짠맛을 내기 위해 음식물에 간을 치다’라는 의미다. ‘채소나 생선 따위의 음식물을 소금에 절이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미역국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야 제맛이다, 국을 소금으로 간하느냐 간장으로 간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꽁치를 구워먹으려고 얼간을 해 놓았다, 해장국인 북어국에는 새우젓간이 제격이다… 등으로 활용된다. 간을 하는데는 소금은 물론이요 간장, 고추장, 된장 같은 장류와 함께 새우젓, 명란젓, 황석어젓, 멸치젓, 까나리젓… 같은 젓갈류가 흔히 쓰인다.

‘간간하다’는 형용사로 ‘입맛이 당기게 약간 짠 듯하다’는 말이다. 나물을 간간하게 무치다, 고기가 간간하게 간이 들었다…처럼 활용한다. 부사인 ‘간간히’는 생선을 간간히 조리다, 음식을 간간히 조리해야 입맛이 당긴다…로 쓴다.

‘간간짭짤하다’는 형용사도 있다. ‘음식이 조금 짠 듯하면서도 입에 맞다’는 뜻이다. 입맛이 깔깔한 때는 간간짭짤한 밑반찬이 최고다, 그는 간간짭짤한 토하젓으로 고봉밥을 게눈감추듯이 비웠다, 아내가 무쳐놓은 간간짭짤한 상추겉절이가 식욕을 돋우었다…처럼 쓸 수 있다. ‘간간짭짤히’는 같은 의미의 부사다.

‘건건하다’는 ‘간간하다’와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감칠맛이 없이 조금 짜다’는 의미다. 비슷한 말로 ‘건건찝찔하다’가 있다. ‘근대국 맛을 보니 건건찝찔한 것이 노모의 솜씨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처럼 쓰인다. ‘건건이’란 북한말로 ‘음식이 싱겁지 않도록 짠맛을 내는 간장이나 양념장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큰사전에 올라 있다. 그렇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짠맛이 진한 밑반찬→반찬’이란 의미로 쓰인다. 건건이가 마땅찮은데 어쩌나, 건건이가 없어도 많이 들게…같이 활용된다.


‘간이 오르다’, ‘간도 모르다’ 같은 관용어도 있다. ‘간이 골고루 배어 들었다’, ‘일의 내막을 짐작도 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고등어에 간이 올라 맛이 좋다’, ‘간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게’처럼 쓰인다. 글을 쓰는데 ‘간도 몰라서야’ 되겠는가.

/ leciel98@fnnews.com 김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