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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온고지신] 이병규 현대백화점 고문 인터뷰


“정주영 회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잘 이해하며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76년 말 현대건설 비서실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정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병규 현대백화점 고문은 정회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정회장은 시간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소가 있는 울산을 자주 갔는데 보통 새벽 4시에 서울에서 출발, 금강휴게소까지 잠깐 눈을 붙이고 이후 울산에 도착할 때까지는 울산에서 할 일을 미리 머리 속에 그렸죠. 물론 서울로 올라오는 길도 마찬가지였구요.”

이고문에 따르면 정회장의 평균수면 시간은 4∼5시간. 매일 새벽 4시 쯤이면 일어나 5시부터는 전화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장을 한눈에 꿰뚫고 있어야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정회장의 지론이었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과 한몸이 돼야 한다”며 그들과의 스킨십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함께 저녁을 먹고 막걸리잔을 기울였으며 씨름을 하기도 했다.

“가끔은 새벽에 혼자 차를 몰고 현장을 돌아보곤 했습니다. 한번은 새벽 3시에 잠을 깨 울산 현대중공업을 돌아보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그러다 실수로 차가 도크옆 바다로 빠져서 익사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고문은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 임원들 중 유독 현대건설 출신이 많았던 것도 정회장의 ‘현장에 대한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쓸때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해 본 사람들이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며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높이 샀다고 봅니다.
건설부문이 아무래도 현장 경험이 많으니까요.”

‘정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지금도 통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고문의 대답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회장이 온갖 난관을 헤치면서 국내 최대그룹의 총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성실함, 창의력 때문”이라며 “특히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세밀한 준비와 추진력은 현재의 어떤 최고경영자와 견주어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