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염려되는 동북아 물류중심화 / 임진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14 09:48

수정 2014.11.07 15:54


새 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은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되었고 그 중에서도 동북아 물류 중심지화는 가장 실현가능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상하이항의 급부상으로 인하여 경쟁관계에 있는 부산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동북아물류 중심화의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

상하이는 아·태지역의 4대 중심(국제경제, 무역, 금융, 물류)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항만·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규정의 개정 등 물류인프라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보면 10년 전인 1993년에는 1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를 뜻함)도 처리하지 못하였지만 올해에는 그 10배에 달하는 1000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곧 컨테이너 처리량에 있어서 부산항을 추월하여 세계3위의 컨테이너항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항이 세계3위 컨테이너항만의 지위를 내어주었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부산항의 경우 41%가 환적화물인데 비하여 상하이항은 국제환적 컨테이너의 취급은 거의 없으며 일부 있는 국내환적의 경우도 대부분이 양쯔강 중상류에 위치한 항만으로부터의 환적화물이다. 즉 대부분의 화물은 상하이 배후지역에서 발생되는 수출입화물인 것이다. 항만간의 경쟁은 같은 지역에서 환적화물의 유치경쟁이므로 상하이 자체 수출입물량의 증가로 인한 물동량의 증가는 부산항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사실 상하이는 현재 자체물량의 처리에도 시설이 부족하여 지속적으로 항만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하이 배후의 수출입물량의 급격한 증가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기인한 상하이 지역의 경제성장에 있다. 상하이는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으로 지난 11년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상하이시를 포함하는 화둥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전체의 22%에 달하고 FDI 비중은 중국 전체의 35%에 달한다.

그러면 우리는 상하이항의 급부상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그동안 상하이항은 급격한 화물량의 증대로 자체물량처리에도 급급하였고, 수심이 낮은 관계로 북중국 항만에 기항한 후 상하이항에 기항할 수도 없었으며, 대형컨테이너 선박의 기항에도 많은 제약조건이 따랐다. 이를 극복하고자 현재 상하이 앞바다에 위치한 양산도에 대규모 컨테이너항만을 개발 중에 있다. 지난해부터 양산도와 본토를 잇는 31㎞짜리 교량 건설을 시작하였고 1차로 2005년을 목표로 5척이 접안 가능한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이 항만이 건설되면 북중국 항만에 기항한 후 상하이항 기항이 가능해져 북중국 항만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취항하는 선박의 직접 기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상하이항 기항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우리의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이용하여 환적되었던 중국 수출입 컨테이너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물류중심지의 목표를 포기하고 지금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문제는 우리가 변화에 적극적으로 준비를 안하면 지금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의 경제 구조로 볼 때 물류중심이 상하이로 넘어가면 우리의 수출입화물이 상하이로 환적되어서 처리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여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물류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하이가 물류중심으로 위치를 굳건히 하기 전에 우리나라 항만을 조속히 개발하고 선사에 보다 편리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우리나라 항만에 그들의 사업기반을 구축하도록 하여 이해관계를 정립하여야만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항만의 이용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물류비 절감에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만 우리의 물류중심지화가 진정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류중심지화는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급격히 변하는 물류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만 물류중심지화의 목표가 가능할 것이다.

/임진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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